동일한 제도 이내 이동 가능 한계
"사업장 이전 제약 해제 땐 효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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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문가들은 시장 기대에 상응하는 정도의 머니무브가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봤다. 동일한 퇴직연금제도(DB, DC, IRP 등) 내에서만 이동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어, 수요가 단기간에 대폭 늘어나긴 어렵다고 분석한다. 머니무브 효과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선 제도 간의 이동이 가능하도록 제약을 허무는 등의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30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연금가입자가 기존 운용상품을 매도하지 않고 사업자만 바꿔 이전할 수 있는 실물이전 서비스가 이달 31일 개시된다. 그간 퇴직연금가입자들이 계좌를 타 사업자로 이전할 때, 기존 상품을 현금화해야 했던 비용을 덜게 된 것이다.
금감원 측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계약이전 시 가입자가 부담하는 손실이 최소화되고, 사업자 간 서비스 기반의 건전한 경쟁이 촉진돼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건 증권사들이다. 최근 시장 규모가 400조원을 넘어선 것과 동시에 증권사들의 높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부각되면서 은행이 중심을 이뤘던 퇴직연금시장이 증권으로 기울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은행에서 증권으로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400조793억원)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52.6%(210조2811억원)로 증권 24.1%(96조5328억원)와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차이다. 그에 반해 수익률에서는 증권이 크게 앞서고 있다. 은행과 증권의 최근 1년간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 수익률 평균은 각각 3.48%, 4.46%로 증권이 약 1%포인트 차이가 난다.
증권사들 사이에선 미래에셋, 한국투자, KB증권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질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적립금 규모가 크고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적립금 규모는 27조원으로 업계 1위이며, 한국투자증권(14조4000억원)이 뒤를 잇고 있다. KB증권의 경우 적립금이 6조원에 불과했지만,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 6.06%를 달성해 업계를 선도하고고 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수익률은 각각 4.04%, 5.30%다.
하지만 업계에선 현재 퇴직연금 실물이전을 둘러싼 시장의 부푼 기대만큼, 머니무브가 폭발적으로 나타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똑같은 퇴직연금제도 내에서만 이전이 가능하다는 한계 때문이다. 은행이든 증권이든 사업자는 변경할 수 있지만 DB는 DB끼리 DC는 DC끼리만 이동이 가능하다는 건데, 결국 서비스 자체에 제약사항이 많기 때문에 한 번에 머니무브가 관측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추후 이 같은 제약들이 개선되는 과정을 거친다면 머니무브 현상은 더 가시화될 것으로 봤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사업장 이전에 대한 제약이 풀리게 되면, 고객들이 더 원활하게 이전할 수 있으니, 장기적으로 서비스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도 당국이 퇴직연금 실물이전과 관련해 서비스 제고 노력 의지를 내비친 만큼, 현재의 제약 사항들이 향후에는 개선될 수도 있어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DC에서 IRP로의 실물 이전 등 이전 범위에 포함되지 못한 상품에 대해서도 실물이전이 가능하도록 추가 검토하는 등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 향상 노력을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