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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준 칼럼] <금감원의 모순된 두 얼굴 上> 금감원, 일관·공정한 모습 되찾아야

[황남준 칼럼] <금감원의 모순된 두 얼굴 上> 금감원, 일관·공정한 모습 되찾아야

기사승인 2023. 05. 2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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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준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지난 5년여 동안 금융감독원처럼 양극단의 모습을 보인 공공기관은 없었다. '이빨 빠진 호랑이'와 '무절제한 숫사자'의 이미지라고나 할까. 금감원은 밧데리의 양극과 음극처럼 서로 비슷한 듯, 대조적인 극단의 모습을 보였다. 일관되고 절제된 공정한 모습을 보여야할 금융감독 당국의 태도로서는 몹시 실망스럽다.

지난 2018년 3월 최흥식 금감원장이 전격 사퇴했다. 채용비리 문제로 A 금융지주 회장과의 갈등 끝에 문재인 정부 초대 금융감독원장은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중도하차한 것이다. 당시 세간에는 B 회장이 관과의 한판 싸움에서 'KO승'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채용비리 혐의와 '셀프 연임' 비판 여론을 흘려버리고 B 회장은 11일 뒤 정기주총에서 A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무소불위의 경제권력으로 통했던 '갑중의 갑'이었던 금감원이 감독대상인 금융회사에게 패한 것이다. 1999년 IMF 외환위기 이후 20년 금감원 역사상 초유의 사태다. 이헌재, 윤증현 등 역대 금융감독원장이 보였던 카리스마나 권위는 오간데 없어졌다.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통해 IMF 위기를 극복한 1등 공신이자 실물경제를 일으켜 세운 금융산업의 주역이 바로 금감원장직이었는데. 이 사건은 금융시장 규율이 무너지는 계기가 됐다.

이후 문 정부의 금융개혁 공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금융시장에서는 거짓말처럼 초대형 금융사고가 분출했다. 라임사태, 옵티머스사태, DLF사태 등 수천억원에서 1조5천억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사태의 연속이었다. 최근에는 라덕연 사태로 다시 세상이 떠들썩하다. 

문 정부시절 초대형 금융범죄는 라임사태가 대표적이다. 거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범죄규모가 이전보다 어마 무시해졌다. 수백억원 단위를 뛰어넘어 수천억원 또는 1조원 단위를 훌쩍 넘는다. 둘째, 범법 혐의자의 범위가 전방위적이다. 증권사, 은행, 금융지주사, 금감원, 청와대, 여야 정치인, 법무부, 검찰 등의 고위 간부들로 '종합선물세트'에 비유할 수 있다. 셋째, 실형 선고자는 몇 명에 그치고 금융회사 임직원은 그나마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다. 특히 최종판결까지 소송을 진행하는 바람에 단죄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현직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넷째, 범죄 수법이 날로 대범해지고 고도화되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적발되어도 이익의 카르텔이 형성돼 범죄 입증과 처벌에 한계가 있다. 

라임 사태는 2019년 7월 당시 국내 헤지펀드 1위였던 라임자산운용이 전환사채 등을 편법 거래하면서 펀드수익률 돌려막기를 하다 펀드 내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서 펀드런 사태에 몰려 환매중단을 선언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신한투자증권과 대신투자증권 전현직 임직원 등 소수만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금감원은 해당 펀드를 판매했던 증권사 CEO와 임직원들에게도 내부통제 소홀 책임을 물어 무더기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이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금감원의 징계 처분에 대해 사안별로 엇갈린 판결을 내놓으면서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증권사 전·현직 CEO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안은 수년째 답보 상태다. 금감원 제재심에서 내려진 징계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결정돼야 효력이 발생하지만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보자는 금융위의 내부결정에 따라 실제제재는 장기간 미뤄져 왔다.

금융당국의 무책임한 대응과 안이한 인식이 4년 전 라임 사태에 대한 징계처분을 장기간 미뤄왔고, 결국 이와 판박이의 라덕연 사태를 불러온 주요 원인을 제공했고 급기야 초대형 금융사고가 만성화·고질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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