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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술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선 승리...220만표 앞서

‘21세기 술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선 승리...220만표 앞서

기사승인 2023. 05. 2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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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선거위 "에르도안 대통령 승리"
에르도안 52개주 승리, 29개주 승리 야권 후보에 220만표 앞서
권위주의 통치 강화, 이슬람주의 전면화 가능성
친러 외교로 미국 등 서방과 불편한 관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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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자택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해 재선에 성공했다.

튀르키예 최고선거위원회(YSK)는 예비 개표 결과를 인용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아흐메트 예너 튀르키예 YSK 위원장은 이날 저녁 TV 연설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야권 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에 220만표 앞섰다고 밝혔다.

◇ 에르도안 대통령, 튀르키예 대선 결선투표 승리...30년 장기 집권 길 열려

관영 아나돌루 통신은 이날 오후 10시 40분 개표율 99.8% 상황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52.14%를 득표해 47.86%를 얻은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에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동·서·남부와 중부 앙카라 등 29개주에 패했으나 중부 대부분을 석권, 52개주에서 앞섰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해외 거주자 투표에서 아프리카 북부·독일·프랑스 등 10여국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승리했으나 국내에서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총리로 집권을 시작, 2018년 대통령에 취임했으며 중임 대통령의 임기 종료 전에 의회 5분의 3 찬성으로 조기 대선이 실시돼 당선되면 추가로 5년간 재임할 수 있도록 한 헌법에 따라 2033년까지 30년간 집권할 수 있다. 그가 '21세기 술탄(중세 이슬람 제국 황제)'이라고 불리는 배경이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CNN방송 인터뷰에서 두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8년 이후 대통령직을 유지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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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선 결선투표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 에르도안 "5년 추가 통치 책임 부여에 감사...무덤까지 함께 할 것"...야권 후보 "불공정 선거"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15분께 이스탄불 자택 앞 유세 버스 위에서 "향후 5년간 추가로 나라를 통치할 책임을 부여한 국민 한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한다"며 "오늘 유일한 승자는 튀르키예"라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특히 "우리는 무덤까지 함께 할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누구도 이 나라를 손가락질할 수 없고, 튀르키예의 업적에 의문을 제기할 수 없다"며 서방 비판자들을 겨냥했다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FAZ)가 보도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이날 저녁 지지자들에게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도 선거 전반이 불공정했다고 말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알렸다.

NYT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선거 기간 현직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해 인플레이션의 즉각적인 영향으로부터 유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신규 지출을 추가하고, 공무원 급여를 인상했으며 최저 임금을 반복적으로 인상하면서 선거판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게 했다고 지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기준 전년 대비 85%가 넘는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리라화 가치 폭락에 따른 경제 파탄과 지난 2월 6일 5만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지진에 대한 부실 대응과 부패 문제 등으로 인한 정권 심판론을 극복하고 승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4일 1차 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49.52%의 득표율로 4.88%의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따돌렸고, 5.17%로 3위를 차지한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의 지지를 받으면서 결선투표 승리의 기반을 공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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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대통령 선거 야권 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가 28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이날 발표된 결선투표 출구조사 결과에 관해 말한 후 감사를 표시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에르도안, 권위주의 통치 강화 예상...이슬람주의 전면화 가능성...친(親)러 외교로 미국 등 서방과 불편한 관계 지속

에르도안 대통령은 향후 권위주의 통치체제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7년 개헌을 통해 부통령 및 법관 임명권, 의회 해산권, 국가비상사태 선포권 등 행정·사법·입법부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했고, 대대적 숙청과 규제로 언론 등 사회 전 분야를 손에 넣었다.

건국이념인 정교분리의 세속주의가 퇴색하고 이슬람주의가 전면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강력한 튀르키예를 목표로 한 지역 패권 추구 외교와 친러시아 외교 노선으로 미국·유럽연합(EU) 등 서방과 불편한 관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NYT는 서방 강대국들에게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리는 복잡한 파트너와의 까다로운 관계를 5년 더 이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가 '내 친구'라고 부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추구하면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을 좌절시켰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가 특히 관광·에너지 수입에서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러시아가 지중해 연안 근처에 튀르키예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기 때문에 재선에 성공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노선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고 NYT는 전망했다.

◇ 에르도안, 집권 초기 경제 성장으로 '이슬람주의 민주주의자의 신모델'로 환영받아

서방과의 관계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 초기부터 불편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2003년 집권 초기, 도시를 변화시키고, 수백만명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는 등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끌어 국제적으로 친기업적이고 서방과의 긴밀한 관계를 원하는 이슬람주의 민주주의자의 새로운 모델로 환영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국내외에서 비판이 거세져 2013년 그의 통치 스타일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에 직면했고, 2016년 쿠데타 시도가 실패하면서 살아남았는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 과정에서 경쟁자를 배제하고, 더 많은 권력을 장악했으며 정치적 반대파로부터 국가를 독재로 이끌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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