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 ‘국방부가 관심병사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global.asiatoday.co.kr/kn/view.php?key=20140709010005784

글자크기

닫기

김종원 기자

승인 : 2014. 07. 10. 05:00

군 총기사고 '하드웨어'보단 병사간 내무생활 '소프트웨어' 처방 절실…장병 정신·인성교육 강구 시급
김종원 차장
김종원 정치부 기자
지난달 21일 최전방 육군22사단 일반전초(GOP) 총기 난사 사고 원인과 관련해 임 모 병장(22)이 ‘관심병사’였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총기 사고 재발 대책 수립도 ‘제2의 임 병장, 제3의 임 병장’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데 맞춰져 있다.

오랫동안 병영 현장을 취재한 기자는 총기 사고를 대할 때마다 희생된 젊은 장병들과 그 가족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언론으로서 사명을 다하지 못해 우리 젊은이들의 희생과 국민들의 아픔을 막지 못했다는 뼈아픈 죄책감에 사로 잡힌다.
총기 난사 사고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긴급 현안 보고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군 수뇌부를 향해 전직 여당 대표까지 나서 ‘이번 총기 사고는 군의 세월호 참사’라고 규정했다.

우리 병영에서 총기 사고가 난 것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지난달 21일 사고가 난 이후 우리 군의 미덥지 못한 초기 대응과 사고 수습 과정을 보면 과연 우리 군이 사고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제대로 된 진단을 통해 처방과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2005년 경기도 연천군 육군 28사단 전방초소(GP) 총기 난사 사건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툭’하면 터지는 병영 악성 사고 재발 방지책을 위해 우리 군이 선진 병영문화 개선과 제도, 시스템을 적지 않게 보완해 왔다.

예비역과 전문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우리 군이 하드웨어적으로는 어느 정도 병사관리와 부대운용에 있어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아무리 하드웨어적으로 좋은 병영 시설과 무기·장비·제도·시스템을 갖췄다고 해도 그것을 운용하는 소프트웨어가 갖춰지지 않으면 이번 참사보다 더 큰 병영 악성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많다.

병영의 소프트웨어 핵심은 장병들에 대한 인성교육과 정신교육이라는 진단이다. 이번 총기 사고를 비롯해 대부분의 병영 악성 사고들은 결국 장병들의 내무생활(생활관)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고가 낮에 근무 중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과 후 병사들의 내무생활에서 갈등과 부적응, 병영 전반에 걸친 부조리에서 비롯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렇다고 일과 이후 시간에 병사들에 대한 관리를 간부들이 잠을 자지 않고 24시간 ‘보초’를 서고 감시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병사들의 세계를 군의 시스템과 제도, 소대장·대대장·연대장·사단장 등 일선 지휘관들이 다 관리하고 잡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직 부대 지휘관과 예비역, 병영 전문가들은 일과 후 병사들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은 제대로 된 인성교육과 정신교육, 끈끈한 전우애를 통해 극복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조원을 들여 최첨단 무기와 장비를 도입하면서도 국방부의 전군 정신전력 한 해 예산은 전체 국방예산 35조원 중 0.1%도 안 되는 305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군의 정신교육과 인성교육을 총괄해야 하는 국방부의 담당 부서는 고작 정신전력과로만 존재하고 있다.

우리 군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국민들과 예비역들은 이번 22사단 총기 난사 사고와 수습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방부가 바로 ‘관심병사’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사고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야만 적확한 처방도 나오는 법이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한민구 국방부 장관부터 모든 전군 지휘관, 일선 장병들이 우리 병영 문화와 군 전반의 부조리, 기강 해이까지 어떻게 다잡아할지 다시 한번 국민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그 길만이 실추된 우리 군의 명예와 신뢰, 사기를 회복하고 군도 국민도 사는 길이다.
김종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