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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앞 등불’ 이산가족 상봉…‘도발변수’ 극복 최대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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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승인 : 2015. 09. 14. 13:17

상봉행사 전 10월10일 도발설, 정부 "상봉노력 최선"
北 정치적 활용, 민간단체 대북전단 살포도 변수
상봉 후보자 미선정, 기약없는 기다림
이산가족 조갑순(82·가운데), 이창용(91·오른쪽) 부부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소파로 대한적십자사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추진센터에서 이산가족 상봉 1차 후보자 추첨에 선정되지 못한 뒤 눈물을 흘리는 등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달 20~26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릴 예정이지만 막판 무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북한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을 계기로 한 무력 도발설이 최대 변수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외교적 예방작업에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실제 도발이 이뤄졌을 경우에도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는데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하고,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인도적 행사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원론적 입장에서 더 나아가 북한의 도발에도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킬 수 있는 ‘플랜B’를 구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국내 민간단체가 노동당 창건일을 기해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고, 이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무산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대북전단 문제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의 경우 한 탈북자 단체가 노동당 창건일에 맞춰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 전단 120만 장이 담긴 20여 개의 풍선을 날리자 북한군은 고사총 발사로 대응, 이에 우리 군이 기관총을 발사하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북한 전문가인 정영철 서강대 교수(공공정책대학원)는 14일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북한이 로켓 발사를 하게되면 한반도 상황이 다시금 좋지 않은 상황으로 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산가족 상봉 이후의 정례화 문제 등 후속 협의를 이어가기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일단 합의된 이산가종 상봉은 이루어지겠지만 상봉 시점이나 그 이후 남북이 다시금 갈등상태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른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2013년 9월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빌미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불과 나흘 전에 일방적으로 무산시키는 등 정치적으로 활용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 접촉 당시 양측은 상봉 시기를 놓고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이는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가 깔렸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측은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수 있다고 보고, 최대한 빨리 상봉을 진행하자는 입장이었으나 북측은 창건 기념일 행사 준비 등을 이유로 10일 이후로 하자는 입장을 고수해 이를 관철시켰다.

앞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도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도발에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영향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관련,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에 핵실험이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전면적인 도발을 감행했을 경우 또는 행사 퍼레이드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 다소 낮은 수준으로 무력과시를 했을 경우 등 각각의 상황에 맞춰 정부 대응전략이 세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군사적 긴장이 커진 상태에서 이산가족 상봉은 무산될 우려가 크다”며 “정부는 안보적 요소들이 인도적 행사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 입장이지만 실제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 도발의 수준별·단계별 대응책을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태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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