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다시 한번 묻는다, 드라마센터는 누구 것입니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global.asiatoday.co.kr/kn/view.php?key=20190310010005019

글자크기

닫기

전혜원 기자

승인 : 2019. 03. 10. 10:39

전혜원
전혜원 문화스포츠부 차장
친일 문인 겸 연극인으로 알려진 동랑 유치진(1905~1974)이 1962년 서울시 중구 예장동에 세운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는 건축원형이 보존된 가장 오래된 근현대식 공연장이다.

올해로 재개관 10주년을 맞은 이 공연장이 이를 자축할 겨를도 없이 문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서울예대(학교법인 동랑예술원) 소유인 이곳은 서울시가 장기임대해 공공극장으로 운영 중이다. 운영 주체는 서울문화재단이다. 하지만 작년 서울예대가 드라마센터 임대계약을 2020년까지 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존폐 기로에 놓였다.

‘한국 연극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치진은 친일 연극으로 평가받는 국민연극을 주도하기도 한 인물. 그는 1960년대에 한국 연극의 발전을 명목으로 정부 땅을 불하(국가 재산을 개인에게 팔아넘기는 일) 받고, 록펠러재단으로부터 기부를 받고, 자신의 사재를 더해 드라마센터를 설립했다.
드라마센터 설립에 정부의 각종 특혜와 재단의 기부가 있었던 것은 이곳이 공공극장으로 쓰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센터는 결국 현 동랑예술원인 학교법인 한국연극연구원에 기부돼,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탈바꿈한다.

사실 드라마센터 사유화 논란은 건립 당시부터 이어져왔다. 이를 의식한 유치진은 1966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드라마센터는 절대로 사유화되지 않는다”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드라마센터는 대학이 몸집을 키우는 자산이 됐다.

연극인들의 주장대로 드라마센터의 주인을 찾는 일은 ‘한국 연극의 아버지 유치진’이라는 연극사를 넘어서는 일이자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다.

남산예술센터는 ‘블랙리스트’로 공공극장이 제 역할을 못하던 박근혜 정권 때에도 세월호, 성 소수자, 문화 검열 문제 등 논쟁적이고 긴장감 있는 작품들을 선보여온 소중한 공간이다.

이곳이 앞으로도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를 날카롭게 다루는 공공극장으로서의 정체성을 이어가길 소망한다.

전혜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