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점은 위원회마다 중복되는 몇몇 이름이다. 김용희 전 SK 감독은 경기운영위원장을 비롯해 규칙위원과 상벌위원을 맡게 됐다. 김시진 전 롯데 감독은 중책으로 꼽히는 국가대표 전임감독을 뽑는 기술위원장이다. 여기에 경기운영위원으로 유임됐다. 기존의 한국야구미래협의회(미래협) 위원까지 합치면 감투가 3개다. 이런 특징은 KBO 조직 인사에서도 드러났다. 사무총장이 KBO의 자회사인 KBOP 대표를 겸임한다. 클린베이스볼 센터장은 신설된 운영본부장을 맡았다. KBOP 이사 역시 신설된 KBO 경영본부장을 겸직한다.
몇 명에게 집중되는 이른바 ‘보직 몰아주기’ 논란이 일어나는 배경이다. 한 야구인은 “오랫동안 야구계를 좌지우지해온 특정 세력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라며 “그들만의 ‘이너 써클’에 들어가느냐 아니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중복으로 인한 전문위원회 업무의 원활성을 따져 묻거나 특정인의 능력을 의심하자는 건 아니다. 그러나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겹치기 인사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문위원회는 공정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 집단이 두루 참여해 다양한 의견과 지혜를 모아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야구계에는 곳곳에 능력을 갖춘 인사들이 많음에도 KBO는 역할과 권한을 몰았다. 쓸 만한 인재가 없어서라고 한다면 37년 프로야구 역사를 ‘무시’하는 일이고 인재 풀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무능’이라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전문가는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를 뜻한다. 스페셜리스트와 중복 업무는 애당초 성립하지 않는 등식이다. “전문위원회라는 것이 원래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낫고, 두 사람보다는 세 사람이 낫지 않겠는가”라는 한 야구계 원로의 충고는 KBO 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