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무신사가 지난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페이크삭스 광고다. 해당 광고엔 ‘속건성 책상을 탁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빨리 마른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인지 다른 문구들보다 훨씬 크게 써 놓아 눈에 확 띌 정도다.
해당 광고를 접한 누리꾼들로부터 즉시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인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당시 경찰은 고문치사를 은폐하기 위해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앞서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 ‘탁 찍으니 엌 사레 들림’이라는 자막을 내보내 사과를 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무신사에서 판박이 같은 논란이 재발한 셈이다.
무신사는 누리꾼의 거센 비난에 게시물을 삭제한 뒤 “콘텐츠 검수 과정에서 걸러지지 못한 점, 해당 사건이 가지는 엄중한 역사적 의미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 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요즘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도 젊은층과의 소통을 위해 SNS를 활용한 홍보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TV 광고처럼 큰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제품 등의 입소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SNS 마케팅은 잘못 쓰면 어렵게 쌓아올린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기도 한다. 비단 무신사뿐만 아니다. 이용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표현이나 이미지, 영상을 게재했다가 의도치 않게 구설에 오르고 역풍을 맞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소통과 공감의 문제다. 무신사는 1차적으로 내부의 소통에도 소홀히 하면서 외부 고객의 공감 대신 공분만 얻었을 뿐이다. 소통과 공감 없는 SNS 마케팅은 독(毒)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