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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세운지구 ‘노포’ 보존의 기준 세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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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기자

승인 : 2019. 07. 25. 00:00

박지숙 차장 2
건설부동산부 박지숙 기자
서울의 가장 오래된 종합 상가인 세운상가가 재개발이냐, 보존이냐의 기로에 놓였다. 서울시의 오락가락 행정 때문이다.

지어진지 50년이 넘는 세운지구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말 대대적인 도시재정비 사업을 통해 4800가구 주택공급은 물론, 상업시설 등이 공존하도록 탈바꿈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책발표 반년 만에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세운지구에 포함된 을지면옥 등 일부 노포들이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철거 반대론에 부딪치자 ‘전면 재검토’로 정책방향을 바꾸었다. 문제는 노포가 포함된 구역외 현재까지 사업시행인가가 나지 않은 곳마저 정비사업 해제 대상이 되면서 반발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1968년 탄생한 세운상가는 종로와 청계천로, 을지로와 퇴계로까지 관통하며 서울의 중심 상업지구로 전성기를 누렸다. 종합 가전제품뿐 아니라 공구상과 인쇄소, 조명가게 등이 즐비하게 늘어선 세운지구는 서울의 흥망성쇠를 함께 했다. 50년의 무게만큼 낡고 허름해진 이곳은 예전의 활기가 넘쳐났던 곳이 아니었다. 선거때마다 후보자들은 이곳을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오래된 냉면집을 비롯한 기존 노포들 때문에 재개발에서 보존으로 정책방향을 바꾼 것이 과연 서울시민과 서울의 미래를 위한 일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물론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던 과거 재개발 방식에서 ‘재생’에 초점을 맞춘 방식은 옳은 일이다. 하지만 무조건적 보존이 도시재생의 대원칙은 아니다. 보존할 만한 노포인가, 보존해야 한다면 어떤 방식인가, 다른 구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다각도로 따져봐야 한다. 생활유산이라는 이유로 낙후될 대로 낙후돼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을 그대로 방치하는 건 결코 재생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재개발로 다시 부흥기를 맞은 종로 피맛골은 도시재정비 당시 발견된 유적들을 투명 보호벽으로 보존해 의미를 이어간 것은 참고할 만한 사례다.
도시계획은 시민과의 약속이다. 2006년 첫 재정비지구로 지정된 후 13년이 흘렀다. 서울 한복판인 세운지구는 서울의 얼굴이다. 보다 철저한 조사와 디테일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을 통한 ‘스마트 도시’가 수도 서울이 가야할 길이라면 보존의 방향과 의미를 시민들과 함께 만들고 공유해 가야한다. 그저 오래됐으니 보존한다는 건은 결코 올바른 도시개발 이정표가 될 수 없다. 연말까지 마련하겠다는 서울시의 세운지구재정비사업에 대한 대책안에 상생 청사진이 담기길 기대한다.
박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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