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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묵 “정부, 성명서 달랑 내고 끝내면 안된다…더 이상 북한 눈치만 봐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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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빈 기자

승인 : 2020. 09. 2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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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센터장./사진=문성묵 센터장 제공
지난 21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해상에서 공무집행을 하던 중 북방한계선, NLL 부근에서 표류하고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이 공무원은 22일 오후 북한에서 총격을 당한 뒤 시신이 불태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 및 군사전문가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의 통일센터장(예비역 전 준장)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관련 사안에 대해 들어봤다.

- 국제법에 따라 한 나라의 국민이 의도치 않게 국경을 넘어가게 되면 해당 국가는 신병을 확보하고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북한이 이런 만행을 저지른 의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표면적으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서 우리 국민을 불태웠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을 확보하고 상부에 지시했음에도 이런 조치가 내려졌다는 것은 지난 6월 김여정이 대남관계를 대적관계로 전환하겠다고 불만을 쏟아낸 것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북한은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아후 지속적으로 대남 강경책을 펼쳐왔다. 또 이번 일은 북한 정권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다. 김정은 정권은 자신의 친인척인 장성택도 그렇게 무참하게 죽였다. 그리고 간부들 사이에 시신을 전시하는 등 공포정치를 했다. 이것이 북한 정권의 속성이다. 정말 극악무도한 곳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 이번 일이 9.19 군사합의와 같은 남북 간 합의를 얼마나 크게 위반한 것인지 설명해 달라.
“지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9.19 군사합의를 도출하면서 역대 정권의 남북 합의서를 포괄적으로 계승한다고 합의했는데, 북한은 이 모든 것을 정면으로 거슬렀다. 노태우 정부 때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르면 남북한 주민이 자연재해로 표류되면 안전하게 보호하고 돌려준다는 조항도 있다. 북한의 이번 행위는 명백하게 남북합의를 위반한 것이다. 지난 5월 북한은 우리 측 군사지역에 기관총 사격을 하는 등 적대행위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 이번엔 우리 국민을 살해한 것이니 분명한 적대행위로 볼 수 있다.”

- 미국이었다면 전쟁까지 갈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의 대응 수위 등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책도 나와야할텐데...
“우리 정부 성격상 북한을 향해 포격을 가하거나 그런 직접적인 군사 행동을 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무고한 민간인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비인도적이고 충격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손해가 되고 나쁜 일인지를 분명히 각인시키고 인지시켜야 한다. 지금처럼 국방부가 성명서만 달랑 내고 끝내서는 안 된다. 여전히 북한 눈치보기에 급급한 모습이고, 어떡하든 축소지향으로 은폐하려는 느낌도 든다. 국회도 관련 성명서를 내야하고, 적십자사도 나서서 국제사회와 연계하는 행동이 있어야 한다.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외교적인 압박 수단이라도 총동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김정은을 불편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 말씀하신대로 국방부에서는 강력한 유감이라는 정도의 성명서만 내고 아직 구체적인 대응책은 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우선 실종직후부터 관련 조치가 제대로 됐는지부터 조사해야한다. 그 공무원이 실종된 것이 21일 오전이고 오후에야 신고 접수가 됐다. 그리고 우리 정보기관이 22일 오후에 사살됐다는 정보를 파악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이 상황에 대해 재빠르게 북한에 설명하고 통보해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를 알아봐야 한다. 강력한 유감을 표명 등 말로만 그칠 것인지, 아니면 전방위 외교 압박으로 김정은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줄 것인지는 오롯이 우리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앞으로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 일각에서 나오는 ‘간첩설’ ‘월북설’ 등에 대해서는 신뢰할 부분이 있는가.
“간첩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간첩설은 어떠한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있는 말이다. 객관적인 증거도 없다. 그런 말이 나오는 이면에는 북한의 잘못을 줄이고 눈감아 주려고 의도가 분명히 숨어 있다. 간첩인 사람이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두 자녀를 낳고 살겠나. 그리고 간첩을 공무원 집단에 방치했다면 그것은 정부의 훨씬 큰 문제로 지적돼야 할 것이다. ‘월북설’도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다. 피해자의 가족들이나 친지들은 그가 월북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월북설을 꺼내려면 분명한 증거를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 대략적인 정황으로 말하면 안 된다. 지금 상황에서 ‘월북’을 거론하는 건 대단히 부적절하다.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는 우리 국민을 보호하지 못했고 북한의 만행을 방치한 꼴이 됐다. 이에 대한 책임은 면할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앞으로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다.”

- 안보적인 측면에서 좀 더 짚어봐야 할 대목은 무엇인가.
“우리 인원이 자의든 타의든 북한에 넘어갔고, 이 과정에서 혹시 우리 군의 조치가 미흡했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과연 9.19군사합의를 지키고자하는 의지가 있는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합의는 둘이서 하는 것이다. 북한은 9.19군사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남북 군사합의 사안을 점검해야 한다. 북한은 자신들이 불리한 것들은 하나도 지키지 않는다. 합의 이후 남북군사공동위 개최에 응하지 않고 있고, 한국전쟁 유해발굴 사업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합의를 잘 지키는 것처럼 포장하면 안 된다. 북한이 더 자극적인 행동을 하면 가차 없이 군사합의를 파기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일방만 지키는 합의는 더 이상의 합의가 아니다.”

- 현재 남북관계가 얼어붙고 대화나 교류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일이 남북관계 혹은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북한은 애초에 남북관계에 관심이 없었다. 지난 남북정상회담 등 대화의 자리에 나온 것은 자신들이 미국에게 얻을 것이 있을까 기대하고 나온 협상전술이지, 진정성 있는 대화가 아니었다. 이미 우리는 그들의 진심을 파악했다. 북한은 우리와의 대화에 관심이 없다. 이번 일로 이미 악화된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물리적인 충돌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가 강하게 항의하면 북한은 군사적 행동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우발적 충돌이든 의도적 도발이든 어떤 행동이 나올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할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본다면 이런 일이 반복될 뿐이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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