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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의 나라’ 스위스, 스키 부상자에 코로나19 환자까지 ‘엎친 데 덮친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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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정 베른 통신원

승인 : 2020. 12. 21. 11:00

유럽 주요국가 스키장 폐쇄 정책, 유일하게 스위스만 여전히 스키장 개장
매년 6만 5천명 스키 사고 부상자 발생, 더이상 환자 받을 여력 없어
안전수칙 권고 통해 스키 관련 안전사고 발생 줄이기 위한 노력 실시
스키의 나라, 스위스에서 매년 빈번히 발생하는 스키 부상자와 더불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까지 병원에 몰려들면서 치료에 난항이 빚어지고 있다.

스위스 사고예방위원회(The Swiss Council for Accident Prevention)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년 약 6만 5천여 명의 스위스인들이 스키 또는 스노우보드를 타다가 부상을 입는다. 그 중 적어도 3500명의 사람들이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일주일에 약 150명 수준인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모든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코로나19로 얼룩진 2020년의 상황은 너무 다르다. 스위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의료시스템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한계에 다다랐다. 스위스 의료계 역시 이미 한계에 도달했으며,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되면 의료시스템 전체가 심각한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만으로 병상이 부족하고 의료진의 피로도도 높은 상황에 스키 부상사고로 인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까지 많아지면서, 그라우뷘덴주의 의료진들은 “타 지역에서 온 부상자들은 거주지역 내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 할 정도라고 스위스 공영방송 RSI가 전했다.

Virus Outbreak Switzerland Skiing <YONHAP NO-2210> (AP)
매년 겨울 스키 이용객들이 많이 찾는 그라우뷘덴 주(州)에 위치한 아로사 스키장이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스키를 타고 있다. / 사진 = AP연합
△ 스키 부상 사고와 코로나19, 함께 막아보자
스위스 사고예방위원회는 스키 이용객들에게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달라는 호소를 했다. 성탄절과 연말 등 곧 다가올 겨울 휴가기간 스키 이용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고 위험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로 안팎에서 벌어지는 사고를 특히 조심해야 하며, 올바른 장비 사용과 규칙 준수를 통해 사고를 최대한 줄일 것을 당부했다. 주로 많은 부상이 발생하는 무릎, 팔과 손목, 목과 어깨는 안전장비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예방위원회가 제안한 몇 가지 예방 조치는 아래와 같다.

· 안전하고 올바른 장비를 사용할 것 (헬멧과 손목 보호대 반드시 착용)
· 스키와 스노우보드 타기 전 바인딩 확인할 것
·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지 말 것
· 다른사람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것
· 너무 빠른 속도로 타지 않을 것
· 표지판을 잘 확인할 것
· 리조트 및 리프트 사용규칙과 방법을 반드시 숙지하고 준수할 것

이에 따라 스키장을 개장하는 각 주(州)에서도 스키 관련 부상사고를 막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준비 중이다. 발레 주는 약 100여 명의 실업자들을 고용하여 스키장 내 안전수칙 준수를 위한 리조트 사용자 대상 인식개선 운동을 실시할 예정이다.

안전사고 예방뿐 아니라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주정부 및 스키 리조트들은 관리방침을 세우고 있다. 스키 이용자들은 산악 열차 및 케이블카와 같은 폐쇄 공간뿐만 아니라 야외 리프트 탑승 시와 줄을 서고 대기 중일 때에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환기를 위해 케이블카의 창문은 열어둔 채 운영하며, 사전 예약은 필수다.

이뿐만 아니라, 스위스 최대 규모의 스키리조트 중 하나인 ‘레 포흐트 뒤 솔레이(Les Portes du Soleil)’는 슬로프 사용자 수에 할당량을 설정하는 쿼터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라우뷘덴 주에서는 리조트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코로나19 진단 테스트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스위스 스키 리프트 연합회(SSLA)는 이용자들에게 미리 온라인으로 리프트 이용티켓을 구매할 것을 권고했다.


△ 봉쇄 중 스키장은 예외, 스위스 안팎으로 큰 비난


인구 10만 명 당 최대 7천 명이 넘는 확진자 비율을 기록하며 유럽 내에서도 심각한 수준인 스위스는 지난 4일, 스키장을 폐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스키장은 ‘야외활동’이라는 이유였다. 이 결정은 스위스의 전국적인 부분 봉쇄를 논의하던 시점에서 큰 논쟁거리가 되었다. 봉쇄 명령에 눈물을 머금고 영업을 중단한 일부 소상공인들은 “사람이 몰리는 것은 스키장도 마찬가지”이며 심지어 “음식과 술을 제공하는 리조트들은 개장하면서 왜 리조트 밖의 레스토랑과 바는 영업을 중단해야 하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스위스는 스키의 나라이고, 스키장마저 가지 못하게 막는 것은 우리의 영혼을 짓밟는 일”이라면서 스키장 개장을 반겼다. 스위스 남서부 제르마트 리조트의 마티아스 이모베르도프 대변인은 “봉쇄로 인해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스위스인들에게 산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신체적 활동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스위스 매체 인터뷰를 통해 정부 결정을 지지하기도 했다.

HEALTH-CORONAVIRUS/AUSTRIA <YONHAP NO-5972> (REUTERS)
오스트리아 동남부에 위치한 슈타이어마르크 주의 한 스키장이 코로나19로 인해 폐쇄되었다. / 사진 = AP연합
이 논쟁은 스위스 밖에서도 계속되었다. 알프스 산맥을 둘러싼 이웃나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는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스키 리조트를 최소 한 달간 폐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스위스인포의 보도에 따르면 이웃국가들은 “겨울 관광 수입에 눈이 멀었다”, “이기적인 결정”이라며 비난했으며 이탈리아와 프랑스 총리는 직접 스위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알랭 베르세 스위스 보건부 장관은 스위스 내 스키장 개장 결정은 “스위스인들을 위한 결정으로 내수관광의 목적일 뿐”이라고 연방의회 회견을 통해 밝혔다.
박수정 베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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