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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보기관뿐 아니라 언론 통해서도 드러난 중국의 북한 석유 밀수입 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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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1. 03. 25. 06:00

NYT "중국, 자국 영해·인프라 이용 북한 석유 밀수출 선박 활동 묵인
"중 영해서 북한 석유 밀수출 관여 선박 6척 포착...중 해군 경비선 단속하지 않아"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국, 엔 대북제재 저촉"
중국 북한 석유 밀수 묵인
중국이 자국 영해와 인프라를 이용해 북한의 정제 석유 밀수출에 관여하는 선박들의 활동을 묵인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미국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국(ISN)이 2018년 10월 26일 트위터를 통해 북한 선박들이 3차례에 걸쳐 유류로 추정되는 물품을 불법 환적(옮겨싣기)하고 있다고 공개한 현장 사진 9장 가운데 6월 7일 파나마 선적 뉴리젠트(NEW REGENT)호와 북한 유조선 금운산(KUM UN SAN) 3호가 여러 개의 호스를 사용해 환적하는 모습./사진=국무부 ISN 트위터 캡처
중국이 자국 영해와 인프라를 이용해 북한의 정제 석유 밀수출에 관여하는 선박들의 활동을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중국이 북한 석유 밀수출에 관여하는 선박과 유조선들이 자국 인프라와 영해를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보기관뿐 아니라 언론을 통해서도 중국의 대북제재 저촉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NYT는 이 같은 중국의 ‘불간섭(hands-off)’ 접근법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 NYT “중국, 자국 영해·인프라 이용 북한 석유 밀수출 선박 활동 묵인...유엔 대북제재 저촉”

NYT가 민간 위성사진 서비스업체 플래닛랩스를 통해 입수한 위성사진을 분석, 대북제재 위반 선박인 ‘뉴콩크’호는 지난 1월 1일 중국 푸젠(福建)성 북동부의 해안도시 닝더(寧德)의 한 조선소 앞에서 포착됐다고 밝혔다. 뉴콩크는 두시간 뒤 선박 건조와 수리를 위해 사용되는 시설인 조선소 드라이독(dry dock) 안으로 이동했다.

NYT는 뉴콩크가 수리를 위해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선박 운영자는 선박의 출발지를 위장하기 위해 가짜 선박명을 송신했고, 뉴콩크는 북한에 대한 불법 석유 공급으로 2020년 3월 2일 유엔 안보리에 의해 대북제재 위반 선박으로 지정됐다고 NYT는 전했다.

유엔 회원국은 이 선박의 입항을 불허하고 영해에 진입하면 해당 선박을 압수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선박을 압수하지도, 진입 사실을 유엔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서 전문가패널을 이끌던 휴 그리피스 전 조정관은 NYT에 “유엔 전문가패널은 뉴콩크를 안보리에 보고했고, 중국도 그 보고서를 수용했다”며 “그러나 중국은 전 세계 입항 금지 권고를 받은 그 선박이 수리를 위해 조선소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북한 불법환적
대북제재 위반 선박인 ‘뉴콩크’호 등이 2019년 6월 19일 해상에서 석유를 불법 환적하고 있다./사진=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 캡처
◇ NYT “중국 영해서 북한 석유 밀수출 관여 선박 6척 포착...중 해군 경비선 단속하지 않아”

중국이 묵인한 대북 석유 밀수출 선박 및 유조선은 뉴콩크만이 아니었다.

영국 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분석한 지난해 11월 위성사진에는 닝더 조선소에서 남동쪽으로 30마일(48km) 떨어진 산샤(山霞)만에서 북한에 석유를 밀수출한 사실이 유엔에 적발된 선박과 유조선 6척이 한꺼번에 포착됐다.

북한에 석유를 밀반입한 최대 규모 외국 선박이자 지난해 유엔 보고서에서 최소 3차례 대북 석유 밀수출을 한 것으로 적시된 ‘다이아몬드 8’ 등 6척 근처에서는 중국 해군 경비선이 순찰을 하고 있었지만 단속을 하지 않았다.

6척 중에는 안보리가 2018년 3월 블랙리스트에 올린 ‘육퉁’도 있다. 이 선박은 최소 올해 1월 이후 계속 중국 영해에 머물러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지난해 중국에 은신한 유조선들이 정기적으로 석유를 공급하는 남포항에 새로운 석유 저장시설을 건설하는 등 석유 인프라를 확충해왔다고 NYT는 밝혔다.

중국 정부는 ‘이들 선박을 압수하거나 유엔에 보고했느냐’는 질의에 응답하지 않는 대신 지난해 12월 2일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이 안보리에 대북제재 완화 논의 시작을 촉구한 성명을 보내왔다고 NYT는 전했다.

유엔주재 미국대표부 대변인은 NYT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면서도 “우리는 안보리 이사회 회원국이 모범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2019년 미 국방부 장관 대행, 중국 국방부장에 중국 해안서 이뤄진 북한의 불법 환적 증거 사진첩 전달

중국의 대북제재 위반 지적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앞서 패트릭 섀너핸 당시 미 국방장관 대행은 2019년 6월 1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일샹그릴라 대화)에서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 부장에게 북한의 불법 환적 증거자료로 만든 32쪽 분량의 사진첩을 건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사진첩에는 북한 선박의 불법 유류 환적 장면을 포착한 사진과 위성 이미지가 포함돼 있었으며 다수 사진에는 날짜와 시간·장소·설명이 곁들여져 있었고, 중국 해안 인근에서 북한의 대북 경제제재 위반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 것이라고 AP는 설명했다.

새로운 대북정책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 석유 밀수출을 묵인하고 있다는 점은 북한 비핵화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그리피스 전 조정관은 지적했다.

그는 “그들(중국)은 유엔이 금지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멈추거나 늦추게 할 가장 중요한 조치의 일부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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