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그림자 장애인①] ‘3중고’ 장애인 가족들, 돌봄 힘들어도 일상을 견디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global.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419010011126

글자크기

닫기

이승욱 기자 | 김형준 기자 | 김민주 기자

승인 : 2023. 04. 20. 06:00

국내 중증장애인 지난해 연말 기준 98만4000여명 달해
장애인 삶과 다르지 않는 일상의 반복…"돌봄에 일상이 없다"
센터 돌봄도 5년만 가능…제도적 한계에 일상 회복은 '요원'
basic_2022
국내 중증장애인 100만 시대다. 장애인라는 불편과 고통 뒤에는 가려 있는 숨은 이들의 눈물과 땀이 있다. 바로 그들을 부양하는 장애인 가족, 이른바 '그림자 장애인'이다. 아시아투데이는 제43회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마치 그림자처럼 중증장애인의 곁을 지키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장애인 가족들의 삶을 톺아보고 제도적 대안을 찾는 기획 시리즈를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주]

아시아투데이 이승욱·김형준·김민주 기자 = 평생 불편과 고통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장애인의 그늘 속에서 그들의 삶과 얽혀 살아가는 '그림자 장애인'이 있다. 특히 스스로 일상 생활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의 가족은 자의든 타의든 그림자로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림자 가족이 진 삶의 무게만큼 사회적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사회적 지원과 관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극단적인 위기로 치닫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의 일상 회복을 위한 노력 못지 않게 부양 가족에 대한 관심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등록장애인(1~6급)은 265만2860명이다. 복지부는 지난 2019년부터 1~3급 중증장애인을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규정하고, 4~6급 경증을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경증장애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등록장애인 중 중증장애인은 37.1%에 달하는 98만3928명에 이른다. 중증장애인을 유형별로 분석하면 지체장애가 22만8241명(23.1%)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이어 지적장애 22만5708명(22.9%), 뇌병변장애 14만2271명(14.5%) 순이었다. 소아기 아동 등 자폐성장애를 겪는 이들은 3만7603명(3.8%)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10명 중 4명 가까운 수가 누군가의 돌봄 등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들인 것이다. 중증장애인 중 위탁시설 등의 보호를 받는 일부를 제외하더라도 가족 내에서 '그림자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은 부지기수다.

그림자 장애인의 일상은 장애인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상의 전부를 그들과 함께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적장애 1급 아들 강연대(29)씨를 부양하는 김명희(58)씨도 본인의 일생을 온전히 아들을 위해 바쳤다. 그는 "아들이 4살 때 골수성 백혈병으로 인해 후천적 장애 판정을 받았다"며 "레녹스 증후군(뇌전증)으로 인해 하루에도 4~5번 경기를 일으킨다"면서 "화장실도 혼자 갈 수 없고 밖에 나갈 때는 휠체어가 필요해 24시간 보호자가 붙어있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아들 강씨는 그나마 주간보호센터 중증장애인 돌봄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다행이다. 김씨는 매일 오전 10시까지 아들을 복지관에 데려다 주지만, 오후 4시면 다시 복지관으로 향한다. 단 6시간 만의 자유가 주어지는 셈이다. 돌봄서비스에서 아들을 데리고 온 뒤에는 다시 부양자로서 일상을 살아야 한다.

그마저도 제도적 제한이 있다. 현행법상 주간보호센터 중증장애인 돌봄서비스는 3년간 이용 후 2년 연장이 가능하지만 최대 5년 동안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들이 센터 돌봄서비스를 받은 지 내년이면 5년이 다 되어 걱정"이라며 "돌봄서비스가 끝나며 아들을 어떻게 케어(보호)할지 대책이 없어서 막막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씨가 돌봄서비스 연장이 필요한 이유는 가족의 생계와 관련이 있다. 김씨는 돌봄서비스에 아들을 맡기는 6시간 동안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김씨처럼 '그림자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 이외에 금전적 고민은 현실의 문제다.

경제적 자립적 자립 여건이 부족한 중증장애인이 있는 가정에서는 가족이 돌아가며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 장애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빈곤이 다시 장애의 부양을 힘들 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김씨는 "경제 상황이 어려워 일을 해야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아픈 날에는 센터에 맡길 수 없기에 일정하게 일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양 가족들 사이에서는 최소한의 일상 회복을 위해 단기보호센터 시설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폐성장애 1급 아들을 둔 한순정(71)씨는 "잠시 아들을 맡기고 경조사에 가야 할 때 단기보호센터 이용을 고려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열악한 시설과 인력 부족으로 선뜻 맡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보호센터도 별도 프로그램 없이 하루 종일 TV만 보는 경우도 있다"면서 "어떤 장애인 가정의 경우 센터에 거부감을 느낀 아이가 보호자에게 제발 보내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활동보조서비스의 질도 부양 가족들에게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씨는 "정부가 장애인 보호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며 보조 인력을 파견해주지만, 중증장애인은 돌봄이 힘들어 기피하는 분위기"라며 "활동보조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면 부양 가족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서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연구원은 "발달장애 등 중증장애인의 경우 부양 가족들은 경제활동이 어렵고 일상에서 희생이 크다"며 "이들에 대한 지원과 함께 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김형준 기자
김민주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