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총 회장 이영훈 목사도 당면 과제로 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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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시대 정신을 읽는 일은 정치뿐만 아니라 종교에서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종교의 시대적 사명은 어떤 것일까. 필자는 '이민자의 한국 통합'과 '마약 퇴치'를 꼽는다. 이는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한국교회총연합 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대표회장의 주장이기도 하다.
종교는 국가 정책이 쉽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 영역에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종교는 한국사회와 이민자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저출산에 따른 한국의 인구구조는 이민 없이는 국가 존립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민자를 받는 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숙명이 됐다. 현재 한국 이주민 다수는 태국·캄보디아·미얀마·스리랑카 등 불교국가 출신이 많다. 한국불교가 이들의 정착을 도와야 한다.
이민자 국가인 미국과 달리 한국사회에서 이민자는 최대한 한국화가 돼야 갈등이 최소화된다. 피부색은 달라도 언어와 가치관은 같다면 그나마 한나라 사람이란 공감대가 생긴다. 유럽의 이민자 폭동 밑바탕에는 기존 주민들의 종교와 이주민 종교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장 타협이 어려운 게 종교 문제다. 반대로 종교란 울타리로 하나가 된다면 최소한의 공동체 의식은 확보된 셈이다. 역사적으로도 다민족·다문화 국가였던 비잔틴제국(동로마제국)은 기독교를 국교 삼아 통합을 꾀했고 그 결과 천년을 버텼다.
마약 예방과 중독자의 재활에도 종교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중독자는 정책적·의학적 지원과 더불어 정서적 안정과 정신적으로 기댈 곳이 필요하다. 남미 마약 중독자들이 교회와 성당의 일상 복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종교계에선 종교 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이 시대의 요청에 화답한다면 교세 회복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