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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칼럼] 역사적인 3국 정상회담, 빛 밝히고 그림자 걷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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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08. 22. 17:00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지난 18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은 '감동과 우려'가 어우러진 역사적 사건이었다. 세계전략 차원에서 권위주의 세력(axis of tyrannies)을 견제하는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미일 안보 경제 협력체'의 탄생은 남아시아의 쿼드(Quad), 남태평양의 오커스(AUKUS)에 더하여 동북아 연결고리를 구축하는 것이며, 이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은 높아진 조국의 위상과 비중을 실감하면서 감동을 느낄만했다. 그럼에도 매사에 음양(陰陽)이 있듯 이번 일에도 '빛과 그림자'가 혼재한다. 

캠프 데이비드는 1943년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과 영국의 처칠 수상이 만나 전후(戰後) 세계 질서를 구상했던 곳이고, 1978년 카터 대통령의 주선으로 이스라엘의 베긴 수상과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도 이곳에서 만나 30년 숙적 관계를 청산하고 손을 잡았다. 미국은 동북아의 대중(對中) 포위망 완성을 위해 한일이 구원(舊怨)을 씻고 협력을 열어가는 것이 매우 필요했다. 그래서 상징성이 큰 장소를 택하고 '공동성명'이 아닌 '원칙'이니 '정신'이니 하는 화려한 명칭들을 붙였을 것이다. 

이번 3국 정상회담은 이례적으로 3개의 문건을 생산했다.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는 한미일이 지향할 목표들이 나열되었다. '역내 평화와 안정,' '자유 평화 통일 한반도,' '국군포로 송환,' '납북자 문제 해결,' '우크라이나 문제 공동대응' 등 3국의 관심사들이 포함되었고,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타이완 해협 평화와 안정,' '북한 비핵화' 등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는 목표들도 제시되었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이 목표들을 바탕으로 실행계획들을 담아냈다. 3국 정상회담 정례화, 핵·미사일 위협 대응 정보 및 경보 공유, 대북 사이버 공조,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 등을 망라했다. 

합동훈련과 관련해서는 해양 차단훈련,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 대잠수함 훈련, 재난 대응훈련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정례화를 약속했다. 중국의 도발적 행동들도 이례적으로 자세히 적시했다. '협의에 대한 공약'에서는 '공동 위협에 대한 신속한 협의와 조율'을 다시 한번 다짐했다. 이렇듯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통 큰 대일(對日) 행보'가 조성한 여건을 틈타 기민하게 3국 협의체를 출범시켰고, 이 체제가 향후 정치변동 때문에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화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리하여 세 나라는 협력 시대를 향한 장을 열었고, 그것이 이번 회담이 발하고 있는 빛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위정자들에게는 많은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그것들이 정상회담 뒤에 남겨진 그림자들이다. 미국의 세계전략만 따라가면서 한중 및 한러 관계를 희생시켜도 되나?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주한미군이 빠져나가지 않나? 북중러의 결속을 촉발하지 않겠는가? 군사동맹의 전초전으로 보고 까칠하게 나올 중국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적극적 평화주의'를 앞세우고 군사대국화를 꾀하는 일본에 군국주의 터주자는 것인가? 정치적 갈등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일 군사협력을 추구해야 하나? 

초강대국이 아닌 한국에게 이런 문제들을 단칼에 해결할 방도는 없다. 그럼에도 "미국의 국익만 있고 우리의 국익은 없었다"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한국은 워싱턴선언에서 확인한 확장억제에 일본을 가세시킴으로써 북핵 억제력을 키웠다. 당장 북한 미사일의 감시·추적·경보, 북한 잠수함 위협 대처 등에서 유리점을 얻을 것이며, 일본에 있는 유엔사후방기지가 발휘하는 북핵 억제력도 커질 것이다. 북핵 위협은 한국에게 있어 '발등의 불'이 아닌가. 

미 세계전략에 편승했다는 지적을 굳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동맹도 어차피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유지되는 법이다. 다른 어떤 대안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한국이 북한이 핵무력 증강이나 중국의 팽창주의를 만류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안보협력은 불가피한 선택이며, 남은 일은 그 방향과 틀 내에서 고난도 정책·외교 수완을 발휘하는 일이다. 즉, 중러와의 적대감을 줄이기 위해 열성을 다하되 어차피 중심은 '자유·인권·법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협력이어야 한다.

한일 간 군사협력에 있어서는 너무 서두르기보다는 더욱 정교한 수순을 권하고 싶다. 일본이 PKO법, 주변사태법 등으로 자위대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두 차례에 걸친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과 평화헌법 재해석으로 집단 자위권을 선언한 데 이어 3대 안보 문서를 통해 '반격 능력 확보'와 '국방비 두 배 증액'을 천명했음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100년 전에는 군국주의 일본이 주요 위협이었지만 지금의 위협은 대륙 쪽에서 온다. 그래서 필요시 일본의 힘을 이 위협을 제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순서다. 

시간을 둔 정밀한 수순을 주문하는 이유는 두 나라가 진정한 안보 파트너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할 단계들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여론을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양국 간 상호신뢰를 위해서는 독도, 과거사,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같은 감정을 자극하는 일들이 어떻게든 정리되어야 한다. "한국은 미일 동맹의 하부수단"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지 않으려면 미국이 한국의 농축·재처리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1988년에 '포괄적 동의'를 통해 일본의 농축·재처리 권리를 인정했던 미국이 35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에게만 차별적으로 족쇄를 채우고 있으면서 '온전한 삼각 파트너십'을 운위하는 것은 서운한 일이다. '자위대의 한국 상륙'이니 '군국주의 부활'이니 하는 주장들을 허황한 괴담으로 전락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의 군사력을 키워야 한다. 

어쨌든 세 나라는 캠프 데이비드 만남을 통해 '어차피 가야 할 길'에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은 이 길을 밝혀주는 빛을 찾아 국가생존과 번영을 찾아가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회담이 남긴 그림자들을 차례차례 걷어내야 한다. 한일 안보파트너십 구축은 대단히 필요하지만, 너무 서둘러서는 안 된다. 역사적인 3국 회담을 가능하게 한 것은 윤석열 정부였다. 윤 정부가 '우격다짐'이 아닌 식견과 정책 능력 그리고 장단기 로드맵을 가지고 택한 선택이었기를 기원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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