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전쟁, 애국주의 고양 소재로 이용
중국 인식, 애도와 화해의 장 노르망디상륙작전급 국제행사 불가능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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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첸(吳謙)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 집 앞에서의 도발적인 군사 활동"이라며 "73년 전 한국전쟁 때 그랬듯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18년 1월 한국전쟁 참전 사단을 방문해 평안남도 송골봉(松骨峰·쑹구펑) 전투를 언급하면서 '강군몽(强軍夢)'을 강조한 것의 연장선이다. 한반도 유사시 북한을 돕겠다는 뜻이다.
중국이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돕다)'로 부르는 한국전쟁은 애국주의 고양의 소재가 돼 있다. '패왕별희'로 1993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천카이거(陳凱歌) 감독이 최근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3부작 '지원군' 1부에서 송골봉 전투 등 중국의 참전 초반을 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2021~2022년 '장진호' 시리즈를 발표한 상태다. 천카이거 정도의 일류감독이 적극 동참하고 있을 만큼 중국의 애국주의의 열풍은 광범위하고 강렬하다.
한국전쟁 때 중국은 290만명이 참전해 19만7000여명의 전사자가 났다. 전사자에 마오쩌둥(毛澤東) 초대 국가주석의 아들 마오안잉(毛岸英)도 들어 있다. 미국의 경우,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 당선인과 여러 사령관의 아들들 등 총 178만9000여명이 참전했고, 밴플리트 미8군 사령관 아들 등 3만6595명이 전사했다. 이렇게 한국전쟁을 계기로 고착화한 동서 냉전은 독일통일 및 소련붕괴로 끝난 듯 보였으나 최근 '신냉전'이란 이름으로 재개된 상태다. 한반도에선 사실상 냉전이 끝난 바 없었으니 신냉전이라 하기도 어렵다.
중국의 '엄포'를 보면서 독일의 전후 청산을 생각하게 된다. 한국으로선 중국과 구소련의 한국전쟁 도발 및 개입 역사와도 연관시켜 볼 만하다. 중국의 '엄포'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50년 전 청나라 조선 섭정관 위안스카이(袁世凱)가 할 법한 말"이라며 거론한 노르망디상륙작전 기념행사에 2004년 60주년 때 게르하르트 슈뢰더를 시작으로 2019년 75주년 행사의 앙겔라 메르켈 등 독일 총리의 참석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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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미·중 패권전쟁 속에서 한국이 미국을 '선택'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제언에 힘이 실린다. 실제 윤석열 정부의 외교 기조는 '한·미관계 강화' '한·일관계 개선' '원칙적 한·중관계 복원'이다. 한·미 및 한·미·일 정상회담, 한·일 셔틀외교 복원뿐 아니라 최초로 현직 대통령 주관 행사가 된 인천상륙작전일 기념도 상징적이다.
인천시는 2025년 75주년 9·18에 미국·영국·캐나다·프랑스·호주·뉴질랜드·네덜란드 등 한국전쟁 주요 파병 8개국 정상들을 초청해 대규모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왜 8개국뿐인가? 독일에서 쉽게 만나는 튀르키예인들이 한국전쟁 참전국임을 자랑스러워하던 모습, 워싱턴D.C.에서 조우하는 에티오피아인들, 인도 근무 시절 방을 구하다 만난 파견 의료진 아들의 자부심 등 개인적 경험들이 떠오른다. 파병한 16개국뿐 아니라 의료 및 물자 지원국 정상들도 초청해 노르망디를 능가하는 국제행사로 격상시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