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이경욱 칼럼] 비영리 민간단체의 청초함에 대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global.asiatoday.co.kr/kn/view.php?key=20231030010016885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3. 10. 30. 18:10

2023090501000360500018911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미국의 세계적 경제학자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튼 프리드먼은 1970년 미 일간지 기고문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The social responsibility of business is to increase its profit)'라는 주장을 폈다. 당시 시대적 상황으로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경제는 확장돼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주장은 미국과 전 세계 경제 시스템을 지배해 온 이른바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의 근간을 이뤘다. 경제가 성장해야 국가와 사회가 성장할 수 있고 그 바탕에는 기업의 이윤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그의 이런 신념은 도전에 직면했다. 지금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없다. 이윤 창출만이 기업의 지고(至高)의 선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대두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기업 이윤 우선주의 이념을 대체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순히 이윤을 극대화해 회사의 주인인 주주의 몫을 키우는 데 있지 않고 회사의 여러 이해 관계자들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이른바 '이해관계자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로 전환하고 있다는 새로운 관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이후 49년이 지난 2019년 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기업이윤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눈앞의 이익을 넘어 고객 납품업체 지역 커뮤니티 등 모든 이해당사자에 대한 책무를 다할 것을 다짐하는 선언이 나왔다. CEO 단체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기업의 목적' 성명을 통해 "기업은 자신의 목적에 진력하면서도 이해당사자 모두를 위한 근본적인 책무를 공유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재계는 ESG 경영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게 ESG 경영의 핵심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를 포함한 공공 부문도 ESG 행정에 자연스럽게 친밀도를 쌓아가게 됐다.

이런 과정에서 기업이나 정부의 역할을 대신할 비영리 민간단체들이 본격적으로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비영리 민간단체는 영어로 NPO(Non Profit Organization)라고 한다. 이익을 내지 않는 단체로 풀이할 수 있다. NPO보다 포괄적 개념이 바로 NGO(Non Government Organization), 즉 비정부 기구다. NPO나 NGO 모두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비영리 민간단체는 회원이나 후원자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정치적 색채를 배제하기 위해 정당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정관 등에 분명히 못 박고 있다.
NGO나 NPO는 정부나 공공 부문, 기업들이 접근하기 힘든 사회 구석구석에서 이들의 기능을 대신한다. 정부나 민간의 후원을 받지만 정치나 종교로부터 독립돼 있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이들 단체는 속성상 투명하고 깨끗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후원하는 기업이나 정부, 개인의 지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비영리 민간단체들이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을 조직적으로 횡령했다는 소식이 들려 착잡하기 그지없다. 감사원이 최근 낸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10개 단체의 조직적인 횡령 등 위법·부당 사항 총 46건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내용에 대해 올해 3월부터 4차례 해당 단체 대표 등 73명을 횡령, 사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태생적으로 지원금이나 후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비영리 민간단체들은 어렵지만 자발적으로 맡은 미션(임무)을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지원받은 돈으로 관계자들이 일탈된 행위를 되풀이 한다면 CEO들이나 정부는 다시 프리드먼의 생각이 옳다는 쪽으로 선회할지 모를 일이다. 비영리 민간단체의 순수성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할 일은 자명하다. 비영리 민간단체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민간단체의 일탈 행위에 대해서는 감사원·국세청의 감사와 세무조사로 엄격하게 대응해 선명한 토양을 다져가도록 이끌어야 한다. 비영리 민간단체의 청초(淸楚)함이 강력히 요구되는 요즘이다. 비영리 민간단체는 원초적으로 국민이 만들어 주는 소중한 이슬을 먹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