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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한화·HD현대 갈등의 단상… 장강의 물결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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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4. 03. 11. 18:34

최원영 사진11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역사이자 절대강자 '한화'와 500원짜리 한장으로 차관을 얻어 탄생한 한국경제 기적이라 불리는 조선 세계1위 'HD현대'가 7조8000억원 규모 군함 수주전을 놓고 치열하다 못해 뜨겁다. 군과 방위사업청 이슈를 넘어 이제 경찰 고발까지 확대됐고 한바탕 여론전까지 이어지는 난타가 재계를 달구고 있다.

두 그룹의 점입가경을 지켜보면서 잠시 싸움의 본질을 떠나, 짧은 단상을 얘기해 보려고 한다. 양 사 갈등이 가져 온 의외의 결과물에 대한 얘기다.

재계에선 모처럼 젊은 리더간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이다. 각각 미국 하버드와 스탠퍼드 출신, 83년·82년생으로 비슷한 젊은 피에 재계 7위·9위 그룹을 짊어 질 아직은 2인자 오너. 다보스와 CES 등 국제 무대를 휩쓸며 세계적으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그야말로 차세대 리더다.

김동관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며 이미 독해진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시절 당했던 설움을 갚아가는 그림으로 비춰지며 직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젊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인화(人和)'의 조직에 '실용'의 리더십을 더해 LG가 독해졌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와 닮았다. 스마트한 이미지만 보여온 김동관 부회장의 선 굵은 모습을 보여 줄 기회일 수 있다.
정기선 부회장은 국내 기업인 최초로 글로벌 최대 IT 전시회 'CES' 키노트 연사로 나설 정도로 젠틀하고 곧은 이미지다. 일화에선 CES 현장을 찾아 직접 사비로 직원들과 기자들의 저녁자리를 제공할 정도로 소프트하고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부각돼 있다. 그룹의 이익과 맞닿은 이슈에서 어떤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줄 지도 주목된다. 이번 사태로 향후 두 사람 앞에 붙을 수식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 라이벌 구도는 그간 수많은 재계 히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세기를 주름잡던 삼성과 현대간 대결이 그랬다. 소양감댐 건설을 놓고 다툰 이병철 회장과 정주영 회장, 이 회장이 건설권을 따냈지만 막상 댐 건설로 침수 피해를 덜은 강남땅을 사들여 더 큰 이익을 낸 정 회장 얘기가 그렇다. 자동차사업에 진출하려는 삼성과의 신경전, 강남 노른자땅 한전부지를 놓고 양 사간 눈치싸움 속 무려 10조원 베팅이 이뤄진 얘기가 그렇다.

항공과 물류를 놓고 다퉜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승부도 마찬가지다. 각종 노선을 따내기 위해 다퉜고 대한통운 인수전에서도 치열했던 두 사람이다. 심지어 서로 라이벌 의식이 커 양측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자리를 견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 한화와 HD현대는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다. 수주만 했다하면 '독과점' 얘기가 나왔던 국내 독보적 방산 1위 한화, 남은 건 KAI 인수 뿐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덕분에 한국은 방산 수출국가 대열에 제대로 올라섰다. 한번도 역전된 적 없는 조선 맏형 HD현대도 마찬가지다. 싸이클만 돌아오면 수주 물량은 보장돼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두 사람의 맞대결 구도가 더 굳어진다면 이는 재계에 또다른 바람을 불러 올 수 있다. 장강의 뒷물결을 앞물결이 감당하기 어렵다. 심지어 이 멘트는 현재 재계의 수장으로 건재한 최태원 SK 회장이 최근 공식석상에서 꺼낸 말이다. 사촌 동생 최창원 부회장을 그룹의 헤드라 할 수 있는 SK수펙스협의회 의장으로 밀어주면서다. 1960년생 최 회장의 발언이니 50년대생 오너들의 생각은 오죽할까. 한 테이블에 앉기에 연배의 격차가 커졌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GS그룹의 4세들, 세아그룹의 3세들, 최근 코오롱그룹 주요 계열사 사내이사로 선임 된 이규호 부회장 등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 등이 경영 전면에 나설 입지도 넓어진다. 신문지상에 대서특필 되고 있는 80년대생 김동관·정기선 부회장간 대결을 지켜보며 유망주를 넘어 리더로 거듭나는 재계 역사의 기록 어디쯤에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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