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조영기 칼럼] 북한의 사이버 공작 등 영향력 확대에 대비해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global.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429010016182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4. 29. 17:47

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전 고려대 교수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야당 압승으로 끝났다. 이런 야당 압승의 결과가 두렵다. 대한민국 정체성 훼손의 우려 때문이다. 일부 의원이 정체성 훼손의 숙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불길한 예감도 든다. 또한 위헌판결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후신으로 의심되는 정당이 종북(從北) 정향의 입법 가능성도 우려된다. 그간 이들이 보인 정향을 감안하면 북한의 영향력 공작(influence operation) 공간이 더 확대될 것 같다.

영향력 공작은 '각종 정보 유통과 메시지 전달을 통해 타국의 여론과 정책이 자국에 우호적으로 변하도록 하는 고도의 정보전이자 심리전'으로 최근에는 주로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고 있다. 즉 사이버 공간에서 가짜 정보 유통, 댓글 조작, 해킹 등으로 인간의 인지적 변화를 유도해 자국에 우호적 여론과 기조를 조성하는 것이다. 결국 영향력 공작은 사이버 공간에서 상대국 주민들 의욕을 떨어뜨려 자국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전략이다.

북한은 핵·미사일·사이버를 3대 전력으로 규정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사이버를 활용한 공작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남북한의 경제·기술·군사적 현격한 격차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다. 1700여 명의 북한 사이버 공작요원의 거점은 중국 선양, 다롄, 광저우, 베이징, 내몽골 등이며, 사이버 공작 거점은 무역회사 등으로 위장해서 공작을 진행한다. 또한 300명 이상의 댓글 전문요원이 허위정보, 역정보, 가짜뉴스로 여론 왜곡과 사회혼란,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북한의 사이버 공작은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즉 외화 탈취가 목적인 재정적 공작, 군사·정보 탈취를 위한 사이버 공격, 이념·영향력 확대를 위한 공작, 사이버 교란·파괴 위한 공작, 사이버 간첩교신, 해킹, 댓글공작 등이다. 북한 사이버 해킹은 정찰총국 121국이 담당하고 있고, 대표적 산하의 해킹 조직은 라자루스 그룹(Lazarus Group), 안다리엘(Andariel), 김수키(Kimsuky) 등이 있다.
라자루스는 금융기관, 안다리엘은 군과 국방기관, 김수키는 정부기관 및 정치인이 대상이다. 즉 이 조직들은 한국의 주요 국가기관망, 공공망, 상업용 포털망 등에 접속해서 조직의 동향, 관련 자료 등의 탐색, 정보수집 및 탈취, 기술 및 금전 탈취, 사이버 테러 등의 불법적 행동을 한다. 사실 북한의 사이버 해킹과 테러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하루 100만건 이상의 해킹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경찰청은 북한의 3개 해킹조직이 공동으로 국내 방산업체를 대상으로 해킹을 시도했다고 발표했다. 이 조직들은 국내 방산업체의 방산 기술을 탈취하기 위해 최소 1년 6개월 전부터 활동했으며, 방산업체 총 83곳 중 10여 곳이 해킹당했다고 한다. 경찰 수사 이전까지는 해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어떤 기술이 얼마나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해킹됐는지 파악이 안 된다고 한다. 심각한 문제다.

특히 북한의 대표적 해킹조직 3곳이 처음으로 국내 기업을 합동으로 공격한 사실은 총력전 형태의 공격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이는 북한이 한국의 고도화된 핵심 방산기술 탈취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의 방산기술 탈취의 문제는 우리 국가안보에 심대한 위협이자 방산강국 도약에도 큰 장애물이다.

지난 3월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은 러시아와 정보 협력에 대한 실무 차원의 협의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러가 협력해 영향력 공작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는 의미다. 사이버 공간에서 한·미동맹, 미·일동맹, 한·미·일 안보협력 구도의 균열, 반미연대 구축, 대북 제재의 부당성 부각, 한·미의 사회갈등과 분열 조장 등이 벌어질 것으로 예견된다. 또한 한·미동맹의 균열을 위해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그 대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과 북한 지원국들의 영향력 공작이 날로 증대해도 애써 외면해 왔다.

분단 이후 북한은 한국을 향한 영향력 공작을 지속해 왔다. 영향력 공작의 성과물이 북한에 음양으로 부역(附逆)하는 종북세력이다. 1970년대 초반 김일성은 인텔리 계층을 대상으로 소위 '김일성 비밀교시'로 대남 공작을 자행했다. 김일성의 '비밀교시'는 경제 경영계, 법조계, 교육계, 언론계 등 한국 사회 곳곳에 침투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비밀교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세대는 586세대다. 이들의 사회주의적 속성이 대한민국의 혼을 오염·훼손시켜 왔다. 특히 22대 국회에 한총련 세력의 진입은 매우 우려스러운 징조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과 북한지원 국가들이 한국을 상대로 한 영향력 공작에 제대로 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했고, 종북 성향의 사회로 가는 것도 제대로 막지 못했다. 늦었지만 체계적·종합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국민들에게 북한과 북한지원국의 영향력 공작의 실상을 알리고 제도 정립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또한 사이버 보안법을 제정해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각종 공작 행위를 차단할 정보수집과 분석,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적대국의 사이버 공격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종합적 지휘체계의 구축과 함께 대응 심리전도 수행해야 한다. 한·미, 한·미·일의 전략적 사이버 안보협력 프레임을 강화해 적대세력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국가정체성도 지키고 북한의 영향력 공작도 차단할 수 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