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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피할수 없는 국민연금 기금고갈, 재정 선제 투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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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5. 08. 06:02

연금개혁공론화위 이후, 세대간 형평성 고민할 때
공론화위 1·2안 모두 2060년대 기금 고갈
GDP 1% 재정 투입, 국민연금 항구적 유지
투입 늦으면 후세대 부담 증폭
김우창 한국과학기술원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김우창 한국과학기술원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 위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의 핵심 의제는 보험료와 소득대체율 결정이었다. 소득보장론자가 제안한 1안, 즉 더 내고 더 받기(보험료 13%, 소득대체율 50%)는 500인으로 구성된 시민대표 중 56%의 지지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재정안정론자가 제안한 2안, 즉 더 내고 그대로 받기(보험료 12%, 소득대체율 40%)를 제치고 국민연금 개혁안으로 최종 선택됐다.

공론화위원회의 모든 절차가 소득보장론자와 재정안정론자 양측의 합의와 감독 하에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소득보장에 더 많은 시민이 공감했다 것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추후 국회에서의 연금개혁 입법 논의 역시 공론화 위원회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될 여지가 크다.

다만 재정안정론자의 전략적 실책 때문에 1안이 선택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2안의 핵심은 인구구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기금이 고갈되면 다음 세대 부담이 너무 커져 국가재정이 버틸 수 없어 이번 세대부터 미래급여지급에 충분한 부담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2안도 1안과 유사하게 2060년대 초반에 기금이 고갈된다는 점이다.

기금고갈 이후 세대는 오롯이 그 시점 경제활동인구의 보험료와 세금으로 연금급여를 지급해야한다. 재정안정안이라는 2안을 선택해도 2080년 무렵 보험료는 35% 수준으로 감당불가능한 수준이 된다. 2080년 기준 1안의 보험료 43%나 2안의 35%나 감당불가능한 것은 매한가지다. 시민대표단에게 다른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았다. 결국 소득보장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1안이 설득력이 있다고 느낄 여지가 크다.
재정안정에 방점을 찍은 2안조차 기금고갈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다. 보험료와 소득대체율 조정만으로는 국민연금의 재정안정 달성은 이제 불가능해졌다는 거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정부재정의 선제적 투입 없이는 더 이상 세대 간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은 달성 불가능하다. 1, 2안이 제안한 보험료 12~13% 이상을 부과했다가는 영세사업자나 중소기업이 버틸 수 없다.

필자는 작년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으로서 '연금개혁 3115'를 제안했다. 보험료를 3% 올리고, 기금운용 수익률을 지난 30여년간 달성했던 연평균 5.9%에서 약간 더 끌어올려 6% 수준으로 개선하고, 정부의 재정투입을 연 국내총생산(GDP) 1% 수준을 하자는 것이 골자다. 2030년까지 이 방식의 개혁을 달성하면 기금은 GDP 120% 수준으로 항구적으로 유지된다. 이번 세대든 다음 세대든 대대손손 같은 부담을 지고 같은 연금급여를 받을 수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도 항구적인 기금유지와 완전한 세대 간 형평성 달성이 가능하다.

공론화위원회의 결론은 났고 이를 최대한 반영하는 방식의 개혁이 타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13% 보험료, 50% 소득대체율만으로는 다음 세대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지우는 것이 명백하다. 결국 재정투입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결단만이 다음 세대에 굴레를 씌우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현 세대부터 재정을 투입해 향후 모든 세대가 같은 부담과 혜택을 누리느냐, 아니면 재정투입을 미뤄 기금을 고갈시켜 다음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느냐 두가지 뿐이다. 재정투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늦어지면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져 후세대에 GDP 10%의 부담을 지우게 된다. 하지만 지금부터 재정을 투입하면 GDP 1% 수준으로 막을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정답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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