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 가격 협상 ‘주도권’ 잡은 시멘트업계, 적정선을 생각해야 할 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global.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829010015422

글자크기

닫기

이수일 기자

승인 : 2024. 08. 30. 06:00

1
서울의 한 시멘트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제공=연합
올해 시멘트 가격 협상의 관전 포인트는 '전기요금 인상' 시기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6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인상 시점은) 폭염 기간이 지나야 한다"며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을 공식화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그동안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꾸준히 밝혀 온 만큼, 이르면 올 4분기엔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한전의 누적적자가 40조원 이상이고 총부채가 200조원을 넘어서다. 시멘트업계 입장에선 만능 카드 한 장을 손에 쥐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전기요금 인상폭에 따라 시멘트 가격 인상폭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가 전기요금이 오르면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만큼, 30여 중대형 건설사의 구매 담당자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와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볼 수 있다. 전기요금이 시멘트 제조원가에 30%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시멘트 가격 인상 시 레미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 시멘트가 레미콘 제조원가의 40%에 이른다.

현재 건자회가 건설경기 악화, 유연탄 가격 안정화 등을 이유로 시멘트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안 장관의 전기요금 인상 시기 발언 이후엔 시멘트업계가 오히려 '가격 인상'을 더욱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공사비 정상화 명목으로 콕 찍어 '시멘트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데, 시멘트업계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대응논리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시멘트업계가 생각해봐야 할 점은 건설·시멘트·레미콘업계가 공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경기 악화는 이미 수치로 나와 있는 상태다. 아파트 착공 감소세 여파로 인해 한국레미콘공업협회 기준으로 전국 레미콘 출하량은 1억 4134만㎥(2022년)에서 1억 3583만㎥(2023년)로 약 3.9% 줄었다. 2012년(1억 2826만㎥)에 이어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협상 파트너와의 관계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쉽게 표현하면 시멘트 가격 인상을 요구하되, 적정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방에게 모든 부담을 지게 해선 안 된다.

건설업계가 시멘트·레미콘 없이 건물을 지을 수 없듯이, 시멘트·레미콘업계가 내수 중심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제품을 수출하는 업체도 있지만 전체 실적에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무엇이든 과정이 필요하다. 하물며 공생해야 하는 사업 파트너들이 있다면, 순리대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수일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