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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열풍 반갑지만...K-문학 비상위해 번역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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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4. 10. 13. 13:51

서점가 판매량 급증, 한강 운영 책방 '성지 순례' 이어져
이번 수상은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인정...번역의 쾌거이기도 해
번역지원 예산 고작 20억원..."더욱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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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독립서점 '책방오늘' 앞에 시민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병화 기자
그야말로 '한강 열풍'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소식에 유례없는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서점가에서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한강의 책이 30만부 넘게 팔리는 등 판매량이 폭증했고, 출판사들은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며 급히 증쇄에 나섰다.

한강이 운영하는 곳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독립서점 '책방오늘'과 작가의 자택 앞에는 문학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광화문 교보문고는 개점 이래 처음으로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선 '오픈런'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강의 소식은 잠시나마 정쟁도 멈췄으며,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일제히 팡파르가 울렸다. 방탄소년단(BTS), 배우 고현정, 그룹 AOA 출신 배우 설현 등 스타들도 축하 행렬에 합류했다.

이러한 열기 속에서 한강은 출판사들을 통해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다"면서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상과 관련한 국내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한강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은 기자들을 만나 딸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밝힌 바 있다. 한강은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해 정식으로 수상 소감을 밝힐 예정이다.

한강2(ⓒ김병관) 창비
소설가 한강. /창비
한국에는 결코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노벨문학상의 문이 한강으로 인해 드디어 열리면서 문학계는 이를 "한강의 영예이자,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인정"이라고 평했다. 또한 이는 '번역의 쾌거'라고도 봤다. 한강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이라는 큰 영예를 거머쥔 데에는 작가 본인의 문학적 역량 외에도 번역의 질과 양이 꾸준히 향상된 것이 큰 몫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문학 번역을 더욱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간에서는 대산문화재단이, 정부 쪽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이 수십 년 전부터 한국문학의 외국어 번역을 육성·지원해오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1996년 설립 후 현재까지 44개 언어권에 총 2171건의 번역출간을 지원했다. 한강의 작품들 역시 번역원의 지원으로 영어, 불어 등 28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총 76종의 책으로 출간됐다.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장은 "한국문학의 국제상 수상은 일차적으로 작가의 우수한 역량도 있지만, 그 다음으로 양질의 번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을 통해 더 많은 전문 번역인력이 양성되고, 우수한 번역 인재들이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위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지적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이 한국문학번역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출판지원사업' 예산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18여 억원에 머무르다 올해 20억원으로 소폭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남짓 한국 작가들이 국제문학상에서 30여 차례 수상한 것에 비하면 안타까운 결과다.

강 의원은 "한국 문학을 해외에 소개하고 양질의 번역 출판을 유도하기에는 부족한 예산"이라며 "전 세계 한국 문학 독자를 확대하고 문화 저변을 넓히려면 국가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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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13일 서울 종로구 한강의 자택 앞에 축하 화환들이 놓여있다. /사진=이병화 기자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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