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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K방산 ‘원 팀 코리아’, 방위사업청의 역할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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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4. 11. 13. 18:00

아전인수로 10조 규모 호주 호위함 수주실패
업체간 갈등 수수방관한 방사청 책임 무거워
이석종
이석종 사회1부장·국방전문기자
우려했던 사태가 터졌다. 국내에서 아전인수격으로 싸우던 세계 1·2위 조선소가 10조원 규모의 호주 전투함 수주에 실패했다는 외신보도다. 당초 이 사업은 한국 업체가 무난히 수주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호주 정부는 자중지란이 일어난 한국 대신 독일과 일본 업체를 선택했다. 기대가 컷 던 만큼 아쉬움이 크다. 언론을 포함해 여러 전문가들이 우려했지만 결국 일이 이렇게 된 데는 두 회사 모두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이들을 중재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의무가 있는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특히 해군참모총장 출신 인사를 대사로 임명하면서 까지 호주와의 방산협력에 '올인' 하겠다던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국내 사업을 두고 두 회사간 갈등을 중재하지 못한 채 방치해온 방위사업청의 책임은 그 무게가 무겁다.

호주 공영방송 ABC 등의 보도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신형 호위함 사업 'SEA3000'을 추진해 왔다. 노후한 안작(Anzac)급 호위함 8척을 약 10조원을 들여 11척의 신형 호위함으로 2029년부터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초기 3척은 수주 업체가 나머지 8척은 호주내 헨더슨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조건이다. 이 사업에는 한국의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MHI) 등 출사표를 던졌다. 이중 한국 업체 2곳을 제외하고 독일 TKMS와 일본 MHI이 압축후보군에 들었다는 게 보도의 주요 내용이다.

이 사업에 한화오션은 대구급 호위함(FFG-Ⅱ)을, HD현대중공업은 충남급 호위함(FFG-Ⅲ)을 각각 제안했다. 두 모델 모두 한국 해군의 연안주력 전투함으로 배치됐거나 배치될 예정인 함정으로 세계의 화약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수호에 투입되는 등 실전 운용을 통해 검증된 모델이다.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일본 MHI가 제안한 Mogami 30FFM은 척 당 가격이 8000억원, 독일 KTMS이 제안한 MEKO A-200은 73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구급 호위함은 3500억원, 충남급 호위함은 4000억원 정도다. 호주 현지생산으로 인한 비용 상승분까지 감안해도 호주 정부의 총예산 약 10조원 내에서 건조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충분한 가격 경쟁력과 실전경험 우수한 기술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받던 한국 기업의 전투함이 이번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건 기업간 과도한 경쟁에서 1차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정책적으로 풀지 못하고 수수방관한 방위사업청의 행태는 더 큰 원인이다. 두 회사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사활을 건 싸움을 하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기업이 이윤 추구를 위해 경쟁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집안 싸움이 소중한 함정 수출기회를 날린 꼴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원 팀 코리아'로 도전하지 못하면 폴란드·캐나다 잠수함 사업 등 함정분야 K방산 수출이 줄줄이 무산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제발 이제라도 방위사업청이 제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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