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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비율 높이고, 책임준공 줄이고… 부동산 PF 대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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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4. 11. 14. 09:00

정부, '부동산 PF 제도 개선 방안'
5% 불과한 '자기자본 비율' 2028년까지 20% 목표
'사업비 40%' 토지 확보비용 절감 위해 토지주 사업 참여 유도
은행·보험사, 자본 비율 낮은 곳 대출 줄이도록 제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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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연합뉴스
정부가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보기로 했다. 주택사업 등 부동산 개발에 쓰이는 사업비 가운데 불과 5%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사업 시행자들의 낮은 자기자본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금융·건설업권을 아우르는 갖가지 대책을 내놨다. 부동산 PF 사업비의 상당 부분이 사업자의 자금으로 채워져 있을 경우 글로벌 경제 위기 등 각종 변수에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PF 제도 개선 방안'을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골자는 현재 5%에 불과한 자기자본 비율을 오는 2026년 10%, 2027년 15% 등으로 매년 늘려 2028년까지 20% 수준으로 안착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시행사가 스스로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도록 유도하는 쪽으로 방안을 마련했다. PF 사업에서 사업 시행자의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시장의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가 자기자본을 일정 비율 갖출 것 등의 방식으로 강제하지 않은 것이다.

대신 시행사가 토지 확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꺼내 들었다. 통상 PF 사업비의 20~40% 정도가 사업에 필요한 땅을 사들이는 데 쓰인다는 점에서다. 토지 확보 비용을 대폭 낮추면 시행자는 자기자본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토지비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는 토지주가 현물출자할 경우 각종 세제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토지주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을 통해 현물출자에 나설 경우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양도차익 과세, 납부 이연을 적용해 줄 계획이다. 현재 기업·개인 보유한 토지를 PF사업에 출자할 때 법인세·양도세를 내야 하는데, 이를 실제 부동산이 매각돼 이익을 실현하는 시점까지 세금 납부 시점을 늦춰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지금처럼 PF 사업자는 10%대에 달하는 고금리 브릿지론을 받지 않고도 토지를 매입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는 서울 등 수도권 내 주거·상업지역 7000만㎡ 규모의 나대지(건물을 짓지 않고 비워 둔 집터)를 현물출자 가능 대상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휴 토지 현물출자가 활성화될 경우 토지 매입을 위한 대출 규모가 줄어 사업비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에 해당 토지에 들어서는 아파트 등의 분양가도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토지 현물출자를 활용한 개발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선도사업도 진행한다. 토지 용도 제한과 건폐율·용적률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공간혁신구역'에 랜드마크 빌딩을 세우는 것이 목표다. 공공에서 리츠 설립과 사업성 분석 컨설팅을 지원한다.

아울러 높은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시행자가 아파트 등 주택을 관리하고 운영까지 할 경우 용적률·공공기여 완화·PF 보증료 할인 등 인센티브도 제공하기로 했다.

PF 대출 자금줄 역할을 하는 은행·보험사 등 금융사가 직접 부동산 개발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한다. 은행·보험법령을 개정해 자회사 소유, 펀드 등 간접투자 방식으로 금융사들이 장기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또 사업장을 자기자본 비율에 따라 차등을 둬 금융사가 대출을 내줄 때 위험가중치, 충당금 규모를 다르게 책정할 수 있도록 한다. 자기자본 비율이 낮을수록 금융사가 적립해야 하는 자본금과 충당금 규모를 더 많이 책정하도록 해 자본 비율이 낮은 곳에 무리하게 대출을 내주지 않게 유도하는 것이다.

건설·신탁사의 원활한 수주와 사업 진행을 가로막고 있는 책임 준공 등의 신용공여도 손본다. 금융사가 PF대출을 위해 고려하는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기준을 건설·신탁사의 신용공여에 맞추지 않도록 전문 평가기관을 구성해 객관적인 사업성 평가 기준을 만든다.

이와 함께 금융사가 미분양 등 사업 리스크를 덜기 위해 건설·신탁사들에 과도한 책임 준공·채무 인수를 요구하지 않도록 관리에 힘쓴다. 국토부, 금융당국, 시행·건설·금융업권, 전문가 등으로 '책임준공 개선 TF'를 구성해 내년 1분기까지 책임 준공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업 수주를 위해 토지 신탁사가 무분별하게 책임 준공을 확약하지 않도록 신탁사의 토지신탁 책임 범위·기준도 표준화한다. 연내 '책임 준공형 토지신탁 업무처리 모범규준'을 발표할 방침이다.

견고한 부동산 PF 시장의 토대를 닦기 위해 PF 통합정보시스템도 구축한다. PF사업의 △유형 △지역 △단계별 추진현황 △재무현황 등을 상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업 착수 단계의 토지매매 인허가 현황, 자금조달, 분양률 등 PF 사업 전 단계에 걸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해 금융·시행사 등이 미리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안정적 자기자본을 갖춘 리츠를 시장에 적극 투입시켜 분양 실적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디벨로퍼 업계의 역량 강화도 이끌어 낸다. 정부는 리츠들에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매입 우선권을 제공해 안정적인 개발과 운영을 도모할 예정이다.

아울러 토지 신탁사들에는 토지신탁을 마치더라도 기관투자자의 지분투자가 이뤄질 수 있게 지원할 방침이다. 그간 토지 신탁사들은 시행자 등으로부터 토지를 위탁받은 뒤에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차입을 통해서만 진행할 수 있었다. 이를 개선해 토지신탁 이후에도 기관의 투자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우리 경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PF 사업 각 분야를 정부가 꼼꼼히 들여다보고 맞춤형 규제를 마련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다만 강화된 규제들로 시장의 사업 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 수준이 적정한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정부의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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