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형사 처벌 위해선 업장 방해 의도성 입증해야"
손해배상액 예정 정해두거나 표준 위약금 법제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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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천 중구 영종도의 한 식당에서 군 부대를 사칭한 노쇼를 당했다는 한 자영업자의 사연이 알려졌다. 이 자영업자의 딸 A씨에 따르면 571포대 소속 김동현 중사라고 밝힌 한 남성은 "다음날 2시까지 돼지불백 50인분을 준비해달라"며 부대 직인이 찍힌 공문을 전송했다고 한다. 그러나 예약 당일 확인전화를 끝으로 연락이 두절된 김 중사는 결국 가게에 나타나지 않았고, A씨는 준비한 음식들을 인근 소외계층에 기부할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시기 강화도 인근 식당 6곳에서도 군 사칭 노쇼가 잇따라 발생해 수사당국은 사기범죄로 인식하고 수사에 나섰다. 지난 6~8월에도 군 간부를 사칭하며 단체 주문을 미끼로 금전적 요구를 한 사례가 음식점은 물론 정육점, 꽃집 등에서도 수차례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노쇼가 사기 범죄화되고 있지만 사업자들은 전혀 구제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노쇼 관련 피해구제 현황(2022년)' 자료에 따르면 2018~2021년 노쇼로 인한 소비자와 사업주간 분쟁 접수 건수는 281건이었지만 사업자가 구제받은 경우는 한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쇼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시민들의 인식 개선에만 그칠 뿐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법조계에선 지적한다. 형사적 처벌을 위해선 '고의성' 입증이 필수적인데 피해를 입은 사업자들이 이를 입증해내기 쉽지 않다.
김지연 변호사는 "업무에 방해를 줄 목적으로 노쇼를 했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고의성 입증 책임은 피해자가 제출하는 증거에 달려 있다. 군 간부를 사칭한 노쇼의 사례엔 타인 명의 혹은 가명을 이용한 경우라 고의성이 어느정도 입증되겠지만 일부러 업장을 방해하려는 의도를 입증하기 어려운, 사정변경으로 말미암은 단순 노쇼 사례가 대부분인게 현실"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긴 하지만 신뢰 손해 정도로만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상 신뢰손해란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고 지출한 계약 준비비용과 같은 것인데 여기서도 계약의 확고한 신뢰가 부여되기 이전 당사자가 계약 체결이 좌절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지출한 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결국 대형 업장이 아닌 경우 소송에 큰 돈이 들어가다보니 현실적으로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결국 큰 규모의 단체 예약을 받을 때는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정해두고 손님에게 고지하고 통화내역이나 문자내역을 녹음·기록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노쇼 범죄의 빈발 예방을 위해 표준 위약금 도입 및 법제화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 역시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