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공제 후 상속' 대법원 판례 변경
"기존 방식은 일부 상속인 권리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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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 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1일 망인 A씨의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 같은 판례 변경을 취지로 원심의 원고일부 승소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A씨는 대학교수로 재직하던 중 2016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후 유족들은 가해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퇴직연금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상속 후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학연금법에 따르면 교직원이 사망할 때 가족들 생계 보장 차원에서 유족연금을 지급하도록 하는데, 사망자의 퇴직연금 일시금을 지급할 때는 이미 나간 유족연금 액수를 공제하도록 한다. 이중 지급을 막는다는 차원에서다.
이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상속 후 공제' 방식과 '공제 후 상속' 방식 중 어떤 것을 채택하는지에 따라 상속인들마다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지는 문제를 발생시켰다.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상속 후 공제 방식을 받아들였으나 2심은 기존 판례인 공제 후 상속 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유족연금을 받지 못하는 자녀들의 경우 상속받을 손해배상채권이 사라지게 됐다.
대법원은 이 같은 2심을 파기하면서 "유족연금 수급권자가 일실 퇴직연금 상당의 손해배상채권까지 상속하게 된다면 수급권자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퇴직연금과 같은 목적의 급부를 이중으로 지급받게 된다"며 '상속 후 공제' 방식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어 "망인의 손해배상채권과 유족연금 수급권은 귀속주체가 서로 상이해 상호보완적 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유족연금의 지급으로 수급권자가 아닌 다른 상속인들이 상속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해 전보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며 "만약 이를 공제한다면 손해배상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가 박탈당하게 된다"고 전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종전 '공제 후 상속' 방식은 실제 유족연금으로 손해회복을 받지 못한 상속인들의 손해배상채권을 전부 또는 일부 침해하는 결과가 되고, 사회보장제도의 재원으로 가해자를 면책시키는 결과에 이를 수 있었다"며 "'상속 후 공제'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피해자인 망인의 상속인들의 권리를 더욱 보호하고, 수급권자가 상속분을 초과해 직무상유족연금 일부를 중첩해 받더라도 이는 생활보장적 성격으로 지급되는 것으로서 사회보장법률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함을 확인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