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 "여객 이관요건 충족" 결합 임박
新엔진정비 공장 구축 등 미래 준비
해외 의존도 낮추고 자체 역량 강화
에어부산 등 LCC 흡수땐 더 큰 성장
|
아시아나와 통합 시 가장 기대되는 가시적 효과는 네트워크와 기재 확장, 그리고 '안전'이다. 메가 캐리어로 부상하는 회사는 규모에 걸맞게 운항 품질에서도 앞서간다. 대한항공이 5780억원을 투입해 인천 영종도에 신 엔진정비 공장을 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새로운 엔진 정비 공장이 무사히 완공돼 대한항공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로 자리매김하는 기반이자 대한민국 항공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경쟁력 강화의 요람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내 민항기 정비 수요의 약 46%가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한항공의 이번 투자는 항공 MRO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정비 역량을 크게 늘리는 데 의미가 있다. 아시아나와 합병 후에는 아시아나 뿐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항공 정비 물량까지 흡수해 MRO 부문은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자체 역량 강화로 항공 MRO의 내수 활성화에 이어 해외 수주 확대도 노릴 수 있는 부분이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주요 설비 투자 중 영종도의 엔진정비시설 건립에는 오는 2027년 12월까지 5780억원을 투자하며 3분기 기준 735억원을 지출했다. 아시아나 결합에도 숨 가쁜 대한항공이 MRO 부문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현재 해외에 맡기는 정비 물량 약 절반을 최대한 국내에서 소화했을 때 국가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MRO는 운항·기체 정비와 엔진 정비, 부품 정비로 구분한다. 그중에서도 엔진 정비는 항공기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엔진을 다룬다. 중요도가 높아 풍부한 경험과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대한항공은 엔진 정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5000대의 엔진을 재탄생 시켰다.
영종도 운북지구의 엔진 정비 단지가 완공되면 자체 수리할 수 있는 엔진 대수는 현재 연간 약 100대에서 360대까지 대폭 확장된다. 해외 수주 물량도 늘려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030년까지 국내 항공 MRO 시장 규모를 5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시아나와 통합하면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항공 정비 물량까지 흡수하게 된다. 아시아나와 LCC 2개사의 항공기 대수를 합치면 100대가 훌쩍 넘는다. 영종도 신엔진 공장 가동 예상 시기는 오는 2027년으로, 아시아나 합병 승인 및 지분 인수가 올해 마무리된다는 가정 아래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통합이 완료되는 시기와도 맞물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MRO 협력은 지난 2021년에도 국내 항공사 간 최대 규모로 진행된 바 있다. 당시 20여년 간 미국 프랫앤휘트니사에 엔진 정비를 맡겼던 아시아나항공이 신규 입찰에서 대한항공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하면서 엔진 22대에 대한 정비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국가 MRO 산업 발전 뿐 아니라 외화 유출 방지 등의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 MRO는 고효율,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면서 "대한항공은 항공 엔진 MRO 산업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지고, 안전한 항공기 운항으로 고객들이 믿고 탈 수 있는 항공사가 되겠다"고 전했다.
한편 EC는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에 대해 요건 충족 사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 화물 사업은 에어인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EC에 이어 미국까지 승인이 완료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절차는 사실상 마무리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