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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수출입은행이 교보생명 3740억 지분 16년째 보유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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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기자

승인 : 2024. 12. 26. 19:02

이선영증명
교보생명이 재무적투자자(FI)와의 갈등을 이어가는 가운데, 교보생명 주주 중 눈에 띄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수출입은행인데요. 수은은 교보생명 지분 5.85%를 들고 있는 주요 주주 중 한 곳입니다. 하지만 수은이 16년 동안 교보생명 지분을 보유만 한채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분을 매각했다면 수천억원의 현금을 확보해 본연의 업무인 수출 금융에 적극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금융 공공기관인 수은이 교보생명 지분을 보유하게 된 건 고(故)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 재산에 대한 상속세 때문입니다. 2003년 신창재 회장 등 유가족은 183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했고, 교보생명 지분 일부를 현물 납부했습니다. 이후 기획재정부는 교보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2008년 재무건전성 개선 목적으로 수은에 넘겼죠.

교보생명처럼 수은이 정부의 현물출자를 통해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은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인천항만공사 등입니다. 주로 공공기관인 것과 달리 교보생명은 일반 기업이죠.

수은이 공공기관도 아닌 교보생명 주식을 현금화하지 않고 계속 들고 있는 건 유동화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보생명은 상장사가 아니다보니 시장에서 손쉽게 지분을 사고 팔 수 없다는 거죠. 현금화를 시도하려 해도 보유 지분가치가 수천억원에 달하다보니 매각 대상을 찾아야 하죠. 매각 과정에서는 적정가 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수은의 교보생명 주식 취득가액은 2887억원이며, 장부가액은 3740억원입니다. 하지만 현재 교보생명의 지분가치는 정확하게 산출이 쉽지 않습니다. 교보생명이 FI와의 갈등을 벌이는 핵심이 주식의 주당가치이기 때문이죠. FI는 당초 1주당 24만5000원에 사들인 주식에 대한 풋옵션을 41만원에 행사하려 했고, 교보생명 측은 과도한 가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교보생명의 주장대로 시장가치를 주당 20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수은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2398억원이 됩니다. 취득가액보다 낮아지는 셈이어서 매각시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16년을 보유하고도 취득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하게 되면 논란을 피할 수 없겠죠. 반면 FI가 주장해온 41만원으로 산정시 지분가치는 4796억원에 달할 수도 있습니다.

수은은 기재부로부터 현물출자를 받은 주식인 만큼 처분을 위해선 기재부와의 협의도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정부의 눈치도 살펴야 하는 상황인 셈입니다.

교보생명이 대규모 배당을 하는 곳은 아니어서 배당 수익도 크진 않습니다. 수은의 자본 확충 역할만 했던 셈인데, 차라리 현금화를 통해 활용도를 높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금화 의지가 있었다면 조금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서라도 지분 매각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16년 동안 지분을 보유하기보다는 현금화를 했다면 수출금융 지원에 쓰는 등 활용도를 높일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죠. 일각에선 공공기관인 수은이 일을 키우기보다는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공무원적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수은이 정부로부터 출자받은 수천억원대의 지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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