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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알파고 쇼크’ 9년, 우리는 무엇을 준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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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5. 01. 14. 14:42

김영진
김영진 비즈·라이프부 기자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대결'은 쇼크 이상이었다. 이세돌이 보여준 '신의 한 수'는 놀라웠지만, AI가 인간 고유의 영역을 넘어설 시기가 머지 않았음을 온 인류가 지켜봤다. 더이상 AI가 SF영화 속 소재만이 아니라는 게 '세기의 대결'이 우리에게 준 충격이었다. 그로부터 9년,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생성형 AI·자율주행·로봇·헬스케어 등 AI가 닿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세계 최대 가전·IT(정보통신) 전시회 'CES'에서도 2년 연속 AI가 핵심 테마였다.

그런데 한국은 AI 물결의 변방에 머물러 있다. 9년 전 '세기의 대결' 장소로 낙점될 만큼 IT강국으로 인정받았지만, 이제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따라잡기도 버거워 보인다. '알파고 쇼크' 이후 우리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고 AI 생태계 조성에 소홀히 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실 알파고가 등장했을 때 우리도 AI의 중요성을 인지하긴 했다. 당시 정부와 기업은 AI R&D(연구개발) 투자 확대, 관련 법 제정, 스타트업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계획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대규모 예산이 배정됐지만 '남'과 차별화된 성과 창출엔 실패했다. 이미 알파고를 만든 구글부터 아마존, MS, 애플, 메타, 테슬라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점하던 시기였는데도 말이다.

현재 AI 산업은 데이터, 컴퓨팅 파워, 알고리즘이라는 세 가지 분야로 나뉜다. 한국은 이 세 분야에서 모두 경쟁력이 뒤처진다. 데이터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제로 인해 고품질 데이터의 축적과 활용이 어렵다. 미국과 중국이 방대한 데이터와 유연한 법규를 통해 AI 학습의 근간을 마련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컴퓨팅 파워에서도 뒤처진다. AI 모델 학습에는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가 필수적인데 한국은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GPU 제조업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자체 GPU 개발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도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 중이다.

문제는 AI의 물결이 어느 분야보다 더 빠르게 흐른다는 데 있다. 다음 단계가 아니라 그 다음을 바라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례로 AI 칩 시장을 진두지휘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CES 2025에서 양자컴퓨터의 미래를 주목했다. 20년 후에 상용화될 기술이 2025년 그의 머릿 속에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 기업은 '양자컴퓨터'의 미래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곳은 없다.

AI는 한국의 미래를 가늠할 또 다른 바둑판이다. 이세돌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신의 한 수'를 보여줬듯, 우리 기업도 '한 수'를 준비해야 한다. 한국이 AI 시대를 이끌 주역이 될지, 아니면 계속 변방에 머물 지가 여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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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2국에서 이세돌 9단(오른쪽)이 대국에 임하고 있다. /구글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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