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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 성도종 원로교무 “다 함께 사는 삶이 원불교 정신”

왕산 성도종 원로교무 “다 함께 사는 삶이 원불교 정신”

기사승인 2024. 04. 3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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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교령
익산 중앙총부 역사 지켜본 원로교무
선지식 법문과 꾸짖지 않는 교육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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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중앙총부 100주년 기념 포스터가 걸린 총부 입구서 기념촬영하는 왕산 성도종 원로교무./사진=황의중 기자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의 시작은 100년 전인 1924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남 영광에서 26세에 깨달음을 얻은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익산에 정착하자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마을을 형성한 자리가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 자리다. 올해 100주년을 맞은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는 원불교 5대 성지 가운데 하나다.

왕산 성도종 원로교무(74)는 익산 중앙총부의 역사를 지켜본 산증인 중 한 사람이다. 그의 호적상 본적은 원불교 중앙총부의 주소인 익산시 북일면 신용리 344-2번지다. 소태산 대종사와 인연으로 익산에 모인 사람들은 자녀가 태어나면 법명을 받고 출생신고를 했는데 이때 본적을 중앙총부의 주소로 올렸다. 성 원로교무도 중앙총부에서 태어나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형제자매 9명 중 6명이 원불교 교무가 됐을 정도로 신심 깊은 집안 환경이었다.

성 원로교무는 1972년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충북교구장, 원불교대학원대학교 총장, 서울교구장을 거쳐 중앙중도훈련원 교령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익산 중앙총부에서 만난 그는 후학들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꾸짖기 보다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교육자인 그는 다 함께 사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원불교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다.

-원불교 교도와 다른 종교인의 차이가 있다면.

"원불교인들은 모임이나 단체에서 사람들이 함께하게 만들고 흩어지지 않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우리끼리 있을 때는 모르는 데 다른 종교인과 같이 활동하면 이 점이 드러난다. 어릴 때부터 공심(公心)을 훈련받고 내면화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우리 세대는 심지어 학교에서 혼자만 100점 맞지 말고 다 같이 80점을 맞으란 얘기까지 들었을 정도다. 함께 잘 되는 길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다. 혼자만 잘 사는 삶은 좋게 보지 않았다. 다 함께 같이 사는 삶이 우리가 추구하는 원불교의 정신이다."

-어린 시절 익산 총부에서 본 어른들과 요즘 교무들을 비교하면 어떤가.

"후배 교무들이 우리 때 사람들보다 바탕과 자질이 더 뛰어나다고 본다. 우리 때는 산아제한을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지금은 사람이 귀한 시대다. 특히 청년들이 종교나 영성에 눈을 돌리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럼에도 성직자의 길을 택하는 것은 정말 특별한 사례인 셈이다. 어떨 때는 놀랍기도 하다. 과연 이번 생의 발원만으로 성직자 입문이 가능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필시 수많은 생에서 닦아온 공덕과 법에 대한 인연이 있었을 것이다. 옛날 공부인(수행자)들도 훌륭했다. 그러나 후배들은 더 큰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는 희망적인 일이다. 비록 수가 적지만 깨어있는 소수가 역사를 만드는 법이다."

-원불교는 돈오점수(頓悟漸修·깨닫고 계속 닦아가는) 공부 같다.

"일생생활에서 체험하는 공부라는 측면에서 돈오점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게 잘 드러난 원불교 수행이 일기법이다. 일기법에는 정기일기와 상시일기가 있다. 원불교 정전에 따르면 상시일기는 유·무념과 학습상황과 계문에 범과 유무를 기재하고, 정기일기는 작업 시간 수와 수입·지출(돈과 복)과 심신 작용의 처리 건과 감각감상을 기재한다고 정의한다. 쉽게 풀이하면 상시일기는 일상생활에서 마음 씀 등을 점검하고 개선해나가는 과정이고, 정기일기는 집중 훈련을 받는 기간의 점검이다. 일기법은 다른 종교에선 찾아볼 수 없는 수행이다. 물샐틈없는 수신법(修身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근본자리를 찾는 견성(見性)은 원불교에서도 중요하다.

"소태산 대종사를 비롯한 역대 조사와 선지식(善知識·도를 깨우쳐줄 스승)의 법문을 많이 들어야 한다. 그러고 청청한 근본 자리가 있다고 믿고 시작해야 한다. 근본 불성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견성에 대한 발심(發心)이 난다. 대종사께선 금강경을 보고 부처님이 어떤 존재인지 무엇이 부처인지 알아보셨다. 마음공부를 해나가는 요결은 고려 고승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수심결'에서 찾았다. 이처럼 역대 조사의 법문은 공부인의 지표가 된다. 또 원불교는 불교처럼 고정된 일대일의 스승 제자 관계 대신 전체 어른 모두를 스승으로 삼는다. 대종사님은 '구하는 마음만 있으면 모두가 스승'이라고까지 하셨다."

-교무 훈련을 맡아오셨는데 어떤 방식의 교육이 바람직한가.

"나는 철저하게 두 가지를 지킨다. 우선 마음이 요란할 때는 지도에 임하지 않는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절대로 꾸짖지 않는다. 꾸짖는 방식은 백해무익하다. 인정하고 바라봐주고 칭찬하는 방식이 낫다고 본다. 이것은 지도자에게 굉장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경험으로 볼 때 아닌 것을 쳐내는 방식의 교육은 효과가 별로 없었다. 아닌 것을 바라보고 기다려주는 것을 바탕으로 지도해야 상대에게 진심(眞心)이 전해진다."

-서구에서 명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원불교 포교에 도움이 될까.

"서구인들이 명상과 선의 기능적인 면에 관심을 두는 편이다. 그러나 명상과 선이 대중적으로 퍼지면 질적인 부분에도 관심을 둘 것이다. '곳곳마다 여래(如來·부처)가 나오는 세상'이라는 원불교의 이상은 타인이 아닌 '나'로부터 구현돼야 한다. 원불교 교무와 교도들이 명상과 선을 통해 여래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서양인도 명상을 넘어서 원불교에 관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믿는다."

-사회가 어수선하다. 원로 종교인으로서 하고 싶은 말씀은.

"우리는 근본적으로 다 같은 형제·자매다. 그런데 지극히 부분적인 견해·문화의 차이 때문에 상대방을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으며 심하면 적대시한다. 갈수록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심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 모두가 하나라는 궁극적인 진리를 깨닫지 못해도 함께 하지 않으면 살기 어렵다는 것만은 명심했으면 한다. 나만 잘 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게 세상 이치다."
성도종 원로교무
성도종 원로교무는 요즘 출가하는 교무들의 바탕이 더 뛰어나다며 기대감을 표했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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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익산시 원불교 중앙총부 현판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성도종 원로교무./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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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익산성지 100주년에 대해 설명하는 성 원로교무./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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