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브르 첫 국가대표 발탁
192cm 장신에도 순발력·깊은 공격 압권
손목 부상 극복하고 세계 정상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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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에 참가 중인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 주인공은 한국 남자 펜싱 간판 오상욱(27·대전광역시청)이었다. 그는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전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15-11로 꺾으며 정상에 등극한 후 기쁨을 이렇게 밝혔다. 한동안 부진을 말끔히 털어내고 '몬스터'라는 별명답게 대회 내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세계를 집어삼켰다.
대전 토박이 오상욱은 펜싱을 하던 형을 따라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검을 들었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키가 작아 주목받지 못했다. 빠른 발과 스피드로 신체적 약점을 보완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키가 훌쩍 자라기 시작하며 스피드와 체격을 갖춘 괴물의 탄생을 예고했다. 현재 신장 192cm, 리치 205cm를 자랑한다. 긴 팔다리를 활용해 깊게 찌르고 베는 기술이 일품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처럼 깊이 공격하는 기술은 전매특허가 됐다.
오상욱은 2014년 12월 '한국 사브르 최초의 고교생 국가대표'라는 타이틀로 주목받았다. 2015년 2월 이탈리아 파도바 월드컵에서 국제대회 데뷔전을 치르며 동메달을 따내 이름을 알렸다. 2019년에 전성기를 맞아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다. 2019년 두 차례 그랑프리 우승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금메달까지 휩쓸었다.
승승장구하던 오상욱은 생애 처음 출전한 2020 도쿄올림픽(2021 개최)에서 우승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개인전 8강서 탈락. 비록 개인전에서는 아픔을 맛밨지만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코로나19에 걸려 7kg 이상이 빠지는 와중에서도 김정환, 구본길, 김준호와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이후 2022년 12월 연습 경기 도중 실수로 상대 발을 밟아 오른쪽 발목이 꺾이며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까지 당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고난의 재활 과정을 이겨내며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 내며 부활했다. 올해 2월에는 손목 부상이 그를 괴롭히기도 했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 본인의 꿈이었던 스포츠 레전드로 거듭났다.
마지막 숙제로 남아있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오상욱은 개인전 국제 메이저대회 그랜드슬램(올림픽·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대회·아시아선수권대회)의 금자탑을 세웠다. 그랜드슬램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등 4개 대회 석권을 뜻한다. 2019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19 지바·2024 쿠웨이트시티 아시아선수권에서 개인전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종목과 남녀를 통틀어 한국 펜싱 사상 첫 대기록이다.
오상욱은 두 번째 올림픽 도전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결승에 진출한 후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전까지 남자 사브르에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와 2021년 열린 도쿄 대회 때 김정환의 동메달이 올림픽 개인전 최고 성적이었다. 동시에 한국 펜싱의 5회 연속 올림픽 개인전 메달리스트 배출 명맥을 이었다.
오상욱은 이날 결승전에서 완벽한 경기력을 펼쳤다. 초반부터 점수를 차곡차곡 쌓은 뒤 추격해오던 페르자니의 기세를 잠재웠다. 1피리어드를 8-4로 앞선 오상욱은 2피리어드에서도 여세를 몰아 14점 고지에 먼저 올랐다. 하지만 14-5에서 잠시 흔들리며 상대의 맹추격을 허용했다. 위기의 순간 숨을 돌린 오상욱은 이변을 주지 않고 끝내 15점을 선점했다.
아직 젊고 기량이 뛰어난 오상욱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상욱은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사브르 단체전 멤버로 또 하나의 금메달을 노린다. 단체전 결승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8월 1일 새벽 3시 30분 열린다. 오상욱은 "단체전 금메달도 따고 편히 쉬겠다"며 "개인전도 좋지만 함께 이겨내고 메워주는 단체전보다는 못한 것 같다"고 2관왕을 향한 의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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