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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 칼럼] 국회 연금특위, 여·야·정 협의체 구성해 ‘보험료 차등 부담’ 논의하길

[윤석명 칼럼] 국회 연금특위, 여·야·정 협의체 구성해 ‘보험료 차등 부담’ 논의하길

기사승인 2024. 08. 2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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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서 평가한 한국의 연금개혁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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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조만간 윤석열 정부가 자동안정장치 도입, 연령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군인·출산 크레딧 확대에 중점을 둔 연금개혁 방향을 발표할 것 같다. 지난 칼럼에서 자동안정장치를 다루었고, 크레딧 확대는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보험료 차등 부담을 평가하고자 한다.

'연령별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차등 부담'하자는 건 익숙하지 않은 대안이다. 빠른 연금개혁을 강조하는 유력 보수 언론사조차 '세계 어느 나라에서 보험료를 차등 부담시키냐'는 사설을 쓸 정도다. 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자는 쪽에서는 '이제 세대 간 갈라치기까지 하느냐'고 비판한다.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포함된 차등부담은 젊은 층 의견이라고 한다. 젊은 층의 문제 제기다. "연금 수급 연령층과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연령층은 어떤 고통을 분담하는가? 부담 더하며 연금 받을지조차 확신이 어려운 우리로서는 현재의 연금논의를 이해하기 어렵다." 작년에 한 언론사가 주최한 토론회(2023 한국포럼, 신라호텔) 사회자였던 필자가 토론과정에서 인용했던 말이다.

1988년에 도입된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 70%-보험료 3%' 조합이었다. 고금리 시절이었다 해도 20% 이상의 보험료를 걷어야 했는데 3%만 걷다 보니, 연금을 지급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확정급여(DB, Defined Benefit)인 우리 국민연금은 부담과는 상관없이, 얼마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보험료 인상을 피하려는 유인이 강한 배경이다.

2003년 1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따른 개혁안이 '소득대체율 50%-보험료 15.9%' 조합이었다. 60%를 유지하자니 보험료 부담이 너무 컸고, 40%로 낮추면 소득보장의 적절성이 우려되어서였다. 2006년 퇴직연금이 도입되면서 소득대체율을 낮추어도 소득의 적절성을 확보할 여지가 생겼다. 이러한 변화를 고려해 소득대체율 40%가 선택되었다.

'소득대체율 70%-보험료 3%'로 출발한 국민연금은 1999년에 60%로 낮추어졌다. 1999∼2007년 60%, 2008년은 50%, 2009년 49.5%를 시작으로 매년 0.5%포인트 낮아진다. 현재 42%이며 2028년 40%로 고정된다. 보험료는 3%가 6%를 거쳐 9%로 인상된 후, 26년 동안 단 1%포인트도 올리지 못했다.

받을 연금액은 정해졌는데, 보험료가 낮아 생기는 문제가 미적립 부채다. 지급하기로 약속한 연금액은 약 3000조원인데 적립금은 1114조원(5월 말 기준)뿐이다. 필자가 이끄는 연금연구회에 따르면, 국민연금 미(未)적립부채가 이미 1825조원(2023년 GDP 대비 81%)이 넘는다. 약속한 연금을 지급하려면 이만큼 부족하다는 뜻이다. 적게 내오면서 쌓인 결과다.

타이타닉호를 침몰시킨 빙하는 수면 위로 보이는 크기보다 수면 아래가 훨씬 더 크다. 우리는 수면 위의 적립금 1114조원만 언급할 뿐, 수면 아래의 1825조원에 달하는 미적립부채(Unfunded liability) 또는 묵시적 부채(Implicit debt)는 모른 척하려 한다. 국민연금기금이 소진되는 2055년부터 이 부채가 맹위를 떨치게 된다. 기금 소진 직후의 부과방식 보험료가 26%, 낙관적인 가정에서도 최대 35%까지 치솟는다.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할 때 이렇다. 이러한데도 공적연금 강화 명목으로 더 올리자니,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다.

세대별 보험료 차등 부담이 세대 간 형평성 차원에서 적절하다는 근거를 언급하고자 한다. 현재 55세인 연령층이 국민연금에 늦은 시점인 30세부터 가입했다고 해도 25년을 가입했다. 1999년부터 가입한 셈이니, 1999∼2007년 9년 동안은 60%, 2008년은 50%의 소득대체율을 적용받는다. 4년 후인 2028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40%를 1년 적용받는다. 연금 받을 일만 남았는데, 보험료는 평생 9%만 부담하게 된다. 더 구체적인 내용은 "국민연금 차등 인상해도 가장 큰 수혜자는 중장년층"(이투데이, 8월 19일)을 참고하기 바란다.

소득대체율 40%에서도 후세대에게 빚을 떠넘기지 않으려면 19.8% 부담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한데, 몇 년 보험료 더 부담하는 것이 그리도 문제 될 일인가? 정녕 이것이 세대 간 갈라치기인가? 막대한 빚을 책임질 젊은 세대와 미래세대에게 앞선 세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까? 자신의 자식과 손자는 끔찍이 생각하면서, 다른 자식·손자에게 감당하기 어려울 빚더미를 물려주는 건 당연한가? '세대 간 갈라치기'라고 주장하는 쪽에 물어보고 싶다.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는 비판도 많다. 이는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 수상이 처음 연금제도를 도입할 때, 전 세계에 사례가 없으니, 도입하지 말자는 주장과 같은 논리다.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저출산·빠른 인구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사례가 없을지라도 해야 한다. 공적연금에서는 찾기 어려워도, 강제 적용이라 준공적연금제도인 스위스의 퇴직연금에서는 이와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25∼34세 7%, 45∼54세 15%, 55세∼65세 18%의 보험료를 적용하고 있어서다.

2012년 스웨덴·덴마크·핀란드를 방문했다. 헬싱키에서 만난 노학자는 "예전보다 악화된 핀란드의 인구구조를, 잔잔한 강물에서 다수가 노 젓던 상황에서, 소수가 격류가 휘몰아치는 협곡을 헤쳐나가는 모습"에 비유했다. 핀란드의 수상이 아버지 절친이어서, 수상은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기면 아버지를 찾곤 했다. 차를 가져다드릴 때마다 연금 이야기가 거론되는 것을 들었다. 그런 인연으로 연금학자가 되었다고 했다. "남유럽과 달리 중부 이북의 북유럽 국가 대부분은 연금 지속성을 확보하고 있다. 시민으로서의 책임의식이 철저해서인 것 같다." 지금까지도 필자의 뇌리에 맴도는 노학자가 전한 시사점이다.

최근 바른청년연합이 "국민연금 폭탄 돌리기 STOP"을 외치며, 포퓰리즘을 조장하는 국회의원 낙선 운동 및 1000만명 서명 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외국 사례가 없다고만 하지 말고, 우리 현실에 가장 적합한 연착륙 방안을 고민할 때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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