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재임 중 가장 먼 길 오르는 교황…2일부터 동남아·오세아니아 순방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global.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901010000287

글자크기

닫기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4. 09. 01. 14:06

Indonesia Pope Visit <YONHAP NO-3434> (AP)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호텔 야외 전광판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환영하는 메시지가 걸려있다/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일(현지시간)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4개국 사도 순방길에 오른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출발, 인도네시아·파푸아뉴기니·동티모르를 거쳐 오는 13일 싱가포르에서 모든 일정을 마치는 이번 순방은 건강 문제가 있던 87세 고령의 교황에겐 재임 기간 중 가장 길고 먼 여행이다.

로이터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남아와 오세아니아 순방에 오른다며 종교간 화합과 기후위기 등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사도 순방에서 4개국에서 16번의 연설과 야외 가톨릭 미사 등 여러 차례의 대규모 미사를 집전할 계획이다. 비행 거리만 3만 3000㎞에 달하는데다 무릎과 허리 통증으로 보행이 불편한 교황에게 무더위 속 순방이 힘들 것이란 우려도 나오지만 역으로 건강 이상설을 떨쳐 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 역대 교황 가운데 80대 중후반의 나이에 해외 순방에 나서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이다.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는 85세에 자진 사임했고 그에 앞서 요한 바오로 2세는 84세로 선종했다.

교황은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순방 일정을 시작한다. 동남아 최대 규모인 이스티크랄 모스크에서 인도네시아의 모든 주요 종교 대표자들을 만나는 일정은 현지와 종교계에서 크게 주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2020년 이스티크랄 모스크와 자카르타 대성당을 연결하는 28.3m 길이의 '우정의 터널'을 건설했는데 교황은 이 곳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퇴임을 앞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나고 자카르타 경기장에서 8만 명 이상이 참석하는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와 파푸아뉴기니는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가라앉는 등 기후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국가인만큼 교황은 이번 방문에서 기후 위기 메시지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 위기에 대처하자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2015년에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 변화 이슈를 다룬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반포해 유엔이 그해 12월 파리 기후협정을 채택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70년 방문한 바오로 6세,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 이후 인도네시아를 찾는 세 번째 교황이다. 야쿳 촐릴 쿠마스 인도네시아 종교부 장관은 교황의 이번 방문이 "인도네시아의 모든 종교인들 사이 우정의 상징"이라며 "교황의 방문으로 인도네시아는 평화의 바로미터이자 관용의 기둥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90%에 가까운 2억 4000만명이 무슬림이지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전체 인구의 약 3%인 850만명이 가톨릭을 믿고 있다.

파푸아뉴기니는 인구 약 1천만명 가운데 27%가 가톨릭 신자고 동티모르는 인구 약 130만명 중 96%가 가톨릭 신자로, 아시아에서 가톨릭 신자 비율이 가장 높다. 싱가포르는 인구 592만명 중 약 21만명이 가톨릭 신자로 집계된다.

교황의 이번 순방은 가톨릭교회에서 점차 커지는 아시아의 입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유럽과 북미에서 신자가 점차 줄어드는 것과는 달리 출산율이 높고 새 신자가 늘어나고 있는 남미·아프리카와 아시아가 가톨릭의 새 터전이 됐다.

미국 싱크탱크인 우드로 윌슨 센터의 고토 시호코 인도·태평양 국장은 "교황의 이번 방문은 가톨릭교회에 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