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호주 크리스마스섬의 장관 ‘홍게 1억 마리 행진’ 시작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global.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11010005166

글자크기

닫기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승인 : 2024. 11. 11. 14:09

2024-11-11T11_52_21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볼거리 중 하나인 '홍게 행진'이 호주 크리스마스섬에서 진행되고 있어 전 세계 야생동물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크리스마스섬 관광협회
호주 크리스마스섬에서 약 1억 마리의 홍게가 짝짓기와 산란을 위해 해안으로 행진하는 장관이 펼쳐지고 있다.

호주 공영방송 에이비시(ABC)는 9일(현지시간)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 이동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크리스마스섬 홍게 행진이 시작되면서 섬 주민들이 손님맞이에 분주하다고 보도했다.

크리스마스섬은 호주 퍼스에서 북서쪽으로 2600㎞,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남쪽으로 350㎞ 떨어진 인도양에 있는 섬으로, 홍게들의 행진은 이곳에서만 발견되는 특이한 현상이다.

홍게 행진은 우기의 첫 번째 강우와 함께 시작된다. 보통 10월이나 11월에 시작되지만, 12월로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때가 되면 섬 전역의 홍게는 동시에 집을 떠나 짝짓기와 산란을 위해 바다를 향해 행진하기 시작한다. 수컷 게가 앞에서 이끌고 암컷이 뒤따라 행진에 합류하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긴 행렬이 갖춰진다.
놀라운 점은 홍게들의 산란기는 정확히 만조가 물러가는 날로 정해져 있고, 행진은 늘 우기의 첫 번째 비가 내리는 날 시작된다는 것이다. 행진이 시작된 날로부터 만조까지 남은 시간에 따라 이들은 서두르기도 하고, 해안으로 가는 길에 멈춰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 섬 주민들은 매년 펼쳐지는 홍게들의 행진을 돕기 위해 몇 달 동안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임시도로변 장벽을 설치해 홍게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게들이 바다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도로가 폐쇄되기도 하지만, 주민들은 홍게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 주민은 "도로가 매우 좁기 때문에 게를 짓밟지 않고 차를 통과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원 갈퀴를 사용해 게들을 안전한 곳으로 몰아가는 것"이라며 "매년 11월이 되면 홍게의 대이동으로 섬이 떠들썩해진다"고 말했다.

홍게 행진이 시작되면 섬을 가로질러 섬의 모든 해안선으로 질주하는 홍게를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주민들은 "홍게가 학교 운동장을 기어다니고, 집 마당뿐만 아니라 거실 바닥을 가로질러 행진하는 매우 이상한 광경을 체험할 수 있다"며 "11월의 크리스마스섬은 이 대규모 행진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숙박, 렌터카 및 항공편 예약이 꽉 찼다"고 자랑했다.

한편, 올해 홍게 행진은 그 어느 때보다 대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간 홍게를 괴롭혀 왔던 외래종 개미를 성공적인 방역으로 퇴치하면서, 개체수가 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난 1억 마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