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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젊고 빠른 리더십’ 바람… 부회장 줄이고 내실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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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4. 12. 08. 18:12

올 4대그룹 부회장 승진자 '단 1명'
연륜 중시모드서 '날렵한 조직' 선호
"전문화된 계열사·긴축경영도 한몫"
재계에 '부회장'이 줄어들고 있다. 부회장은 주요 그룹 내에서 총수를 제외한 2인자다. 샐러리맨이 오를 최고의 자리이기도 하다. 최근 부회장 숫자 급감은 통계상으로도 확연하다. 한때 30여 명에 가까웠던 4대 그룹 부회장 수는 올해 말 기준 10명가량으로 확 줄었다. '경륜'과 '경험'의 상징과도 같았던 부회장이 줄어드는 건 기업 경영트렌드 변화 때문이다. 3·4세 경영승계로 그룹 총수들이 한층 젊어진 데다, '외형'보다 '내실'을 강조하는 기업 경영 추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재계 분석이다.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긴축 경영의 영향도 있다.

◇4대그룹 부회장 28→10명

8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10대그룹에서 총수 일가를 제외한 부회장 승진자는 2명에 불과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홍순기 ㈜GS 부회장 등이다. 4대 그룹으로 범위를 좁히면 현대차그룹에서만 부회장 1명이 나왔을 뿐, 삼성과 LG, SK 등에서는 부회장 승진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이로써 4대 그룹 부회장 수도 삼성 3명, LG 2명, SK 4명, 현대차 1명 등 10명으로 줄었다. 이는 지난 2010년대 부회장 숫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2011년의 경우 삼성과 LG에는 각 4명의 부회장이 있었고, SK에는 7명의 부회장이 있었다. 또한 현대차그룹에는 무려 13명의 부회장이 존재했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의 경우 한때 5명의 부회장이 있던 적이 있으나, 이건희 선대회장이 쓰러진 이후부터는 3명의 부회장 체제를 유지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2011년 13명의 부회장을 뒀지만 정의선 회장 체제 출범 이후 부회장 숫자를 꾸준히 줄여왔다. 이후 2021년 윤여철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부회장이 단 한 명도 없었으나 올해 장재훈 부회장을 승진 선임했다.
SK그룹은 이달 현재 부회장이 7명이지만, 오너 일가(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부회장)와 2선으로 물러난 고참 부회장(조대식, 김준, 박정호)을 제외하면 유정준 SK온 부회장,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부회장 등 2명의 부회장만 두고 있다. LG그룹도 구광모 회장 취임 직후 6명에 달했던 부회장 숫자를 꾸준히 줄여왔다. 지금은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2명만 있다. 올해 인사에서 새 부회장 승진자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으나, 승진자는 없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주요 그룹 인사의 키워드는 '부회장의 실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회장 수 급감'…이유는?

과거 전문경영인 출신 부회장들은 그룹 회장을 보좌하며 '2인자' 역할을 수행했다. 회장을 도와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룹의 전략과 운영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경험'과 '경륜'이 곧 부회장의 상징과도 같은 키워드로 통했다. 그런 부회장이 갈수록 줄어드는 이유는 뭘까.

주요 그룹에선 경영 트렌드의 변화를 주된 이유로 꼽는다. 과거에는 카리스마를 갖춘 총수들이 여러 명의 부회장을 두고 그룹을 총괄했다면, 2·3·4세 경영승계가 이뤄진 지금은 '젊고 빠른 리더십'이 중시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젊은 총수들은 신중함과 연륜을 중시하던 부회장단의 의사결정보다 유연성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날렵한 조직을 선호한다는 게 주요 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계열사별로 전문화·세분화된 경영환경도 부회장의 필요성을 줄이는 요인이다. 재계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주요 그룹의 중심 축이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AI(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부회장단이 각 계열사 세부 현안을 들여다보는 데 한계가 있어, 총수와 계열사 사장 간 협의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중시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긴축 경영 기조와도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주요 기업들이 긴축 경영의 일환으로 인력 감축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고액 연봉을 받는 부회장단 축소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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