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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의 현장정치] 법원이 겁먹으면 국가적 재앙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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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2. 16. 17:50

송국건 본지 객원논설위원
본지 객원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시작된다. 기각되면 직무에 복귀하고 인용되면 파면이다. 대통령 궐위 상태가 되면 60일 안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민주당은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사실상 '이재명 대권 플랜'을 가동했다. 문제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선거에 나설 채비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피고인 대통령'이 탄생하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까.

우리나라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에게 불소추 특권을 부여했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돼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되기 전 진행되던 재판도 재직 중엔 중단되는 조항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추(訴追)'의 의미가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이므로 임기 중 새로 발생한 사건에 한정한 것이란 법조계 해석이 더 많다. 즉, 대통령이 되기 전에 기소된 사건은 재판이 계속된다는 견해다.

이 대표는 현재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1심 유죄인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인 위증교사 협의는 곧 2심이 개시된다. 대장동 사건 등이 묶인 재판과 대북송금 사건, 법인카드 유용 혐의는 1심 진행 중이다. 이 상태로 집권하면 현직 대통령이 경호 차량의 호위 속에 주 2, 3회 재판을 받으러 법원에 가야 한다. 그 전에 재판이 중단되는지 아닌지를 놓고 극심한 국론 분열이 일어날 게 뻔하다.

재판을 속개하면 선고도 나와야 한다.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나온 선거법이 대법원 최종확정 판결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곧바로 대통령직이 박탈되고 또다시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국가 에너지 낭비는 차치하더라도 국민의 피로감과 분노가 상상을 초월할 게 분명하다. 또 그런 불확실성 속에 대통령의 영(令)이 먹힐 리가 없으니 국정 운영이 제대로 안 된다.
'피고인 대통령'이 현실로 다가오면 우파 진영에서 고민해야 하는 대목도 있다. 언제 임기가 중단될지 모르니 좌파 성향의 법안을 무더기 처리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에선 대통령의 거부권을 통해 막아왔으나 좌파 대통령이 들어서면 절대다수 여당이 될 민주당 주도로 처리하는 법안은 그대로 법령이 된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직무 정지를 당하기 전까지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모두 25건이다(중복 포함). 이 중 대통령과 그 배우자, 참모가 수사 대상인 채해병 특검, 김건희 특검법안에 대해선 각각 세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야당은 '정권과 가족 지키기' 거부권 남발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거부권이 행사된 안건 중엔 비(非)정치적인 법안이 더 많다. 국가재정 운영에 큰 부담을 주거나, 사회주의적 요소가 가미된 법안들이다. 양곡관리법·노란봉투법·방송법·이태원참사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민주유공자예우법·전국민25만원지원법 등이다. 만일 '피고인 대통령'과 과반수 여당이 합작해 제도로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우파 정부가 들어서도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다.

현 상황에서 이런 극심한 혼란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 법원이다. 1심이 갓 시작된 대북송금 혐의나 법인카드 유용 사건, 그리고 장기간 심리가 불가피한 대장동 사건 등의 재판은 좀 천천히 해도 좋다. 대신 1심 선고가 나온 두 재판은 혹시 있을지 모를 조기 대선이 치러지기 전에 최종 판결까지 내놓는다는 각오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판결 결과가 유죄든 무죄든 상관없이 결론을 빨리 내리자는 의미다.

어찌 보면 굳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란 요구도 아니다. 1심 유죄가 나온 선거법은 원래 6·3·3 원칙이 적용돼야 하는 재판이다. 1심은 6개월 안에 마쳐야 하는데, 무려 2년 2개월이 걸렸다. 증인 신문도 충분히 실시했고, 법리 검토도 더 할 게 없다. 2, 3심이라도 규정대로 신속히 심리해서 선고하면 조기 대선 일정 전 마무리가 가능하다. 1심 무죄가 나온 위증교사는 사건 자체가 워낙 단순하다. '위증교사는 했는데 고의성이 없었다'는 납득 어려운 논리로 무죄가 나왔지만 2, 3심도 그렇게 판단하면 그대로 선고하면 된다. 신속성만 지킨다면 국가적 혼란이 뻔한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정치권에선 조기 대선이 불가피하게 되면 그 시점과 관련해 세 갈래 시나리오가 나온다. 첫째 '벚꽃 대선'이다. 60일간의 초단기 헌재 심리 후 파면 결정이 나면 그로부터 60일 후 대선을 실시하니 벚꽃 피는 4월 중순이 된다. 둘째 '장미 대선'이다. 내년 4월 18일 두 명의 헌재 재판관이 임기 만료로 물러나기 전에 파면 결정이 나면 장미 철인 5, 6월이 선거다. 셋째, '폭염 대선'이다.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된 '180일 이내 결론'이 나면 장마와 무더위 계절인 7, 8월에 선거가 치러진다.

정리하면, 아무리 빨라도 지금부터 5개월 이상은 지나야 조기 대선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1심이 나온 두 재판은 그 안에 대법원까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 선거법은 1심(11월 15일)이 나온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으니 고법과 대법이 3·3 원칙을 준수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위증교사도 1심(11월 25일) 선고 이후 한 달이 다 돼가니 신속 심리만 하면 시간을 맞출 수 있다. 해당 재판부가 부담감이 있겠지만 국가의 재앙을 막는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송국건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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