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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옵션 분쟁’ 막바지 신창재…내년 ‘지주사 전환’ 매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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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기자

승인 : 2024. 12. 22. 17:39

ICC "신 회장, 가격 재산정해야" 중재
FI와 12년째 갈등… 숙원 차질 불가피
미래 생존 위해선 '지주사 전환' 필수
"주주·기업가치 훼손 정상화에 최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숙원인 '금융지주사 전환'이 답보 상태에 놓였다. 재무적투자자(FI)와의 2조원대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분쟁 관련 국제상업회의소(ICC) 2차 중재 결과가 나오면서다. ICC가 신 회장이 외부기관으로부터 공정시장가격을 산정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풋옵션 가격 산정을 놓고 양측의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교보생명은 FI와의 분쟁이 마무리되면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지만, 이번 중재 결과에 따라 금융지주사 전환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초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했지만 첫 단추인 이사회 결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태다. 당초 계획한 출범 시기도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하반기로 미뤄졌다. 문제는 FI와의 갈등이 끝나지 않아 내년 하반기에도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신 회장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려는 건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생명보험업이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만으로는 성장에 제약이 있다는 판단에 지주사 전환 카드를 꺼내들었던 셈이다. 12년 간 이어져 온 FI와의 갈등으로 경영권 위협을 받아온 경험도 지주사 전환을 고민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지주사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신 회장이 지배력을 확대하는 한편, 경영권 승계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깔렸을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의 장남 신중하 상무가 최근 임원으로 선임되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도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태다.

풋옵션 가격을 산정하면 신 회장은 FI의 지분을 직접 사들이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신 회장은 중재판정 취소 등의 법적 절차도 고려하고 있다. 이 경우 갈등은 더욱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주사 전환은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한편 경영권 승계와도 맞닿아 있어 필수 과제지만, FI와의 분쟁으로 지주사 전환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생명보험 시장이 침체기에 빠졌음에도 신 회장이 교보생명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경영에 전념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신 회장을 상대로 ICC에 2차로 제기한 중재에서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어피니티의 풋옵션 주식 공정시장가치(FMW)를 산정할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의무이행 시까지 매일 간접강제금을 지급할 것도 명령했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외부 감정평가기관 선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 측은 풋옵션 분쟁 해결의 핵심은 주당가치 산정 절차의 공정성 확보에 있다고 설명한다. 주주 간 계약에 따르면 양측이 각각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해 평가한 FMV의 차이가 10% 이내이면 두 가격의 평균을 행사가격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차이가 10% 이상일 경우 어피니티가 제3의 평가기관 3곳을 제시하고 그 중 하나를 신 의장이 택하면 그 평가기관이 제시한 가격이 풋옵션 가격이 된다.

신 회장은 대응 방안 중 하나로 중재판정 취소 등의 법적 절차도 고려하고 있다. 신 회장 측은 이번 판정이 2021년 9월 1차 중재판정부의 판정 내용을 대부분 인정했음에도 평가기관을 선임하라고 결정한 것은 1차 판정을 무시한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FI와의 갈등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면서 결국 지주사 전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교보생명의 주요 주주를 살펴보면 신 회장이 33.78%로 최대주주다. 이어 코세어(9.79%), 가이언홀딩스(어피니티·9.05%), 타이거홀딩스(캐나다 온타리오주 교직원 연금펀드(OTPP)·7.62%), 수출입은행(5.85%), KLI인베스터스(SC PE·5.33%), KLIC홀딩스(베어링PEA·5.23%), 헤니르유한회사(IMM PE·5.23%), 싱가포르투자청(GIC·4.5%) 등이다. 신 회장에 이어 가장 많은 지분을 들고 있는 코세어는 2007년부터 교보생명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FI 분쟁이 이어지는 속에서도 코세어는 교보생명의 우호 지분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실제 교보생명은 코세어 관련 펀드에 신규 출자, 처분을 이어오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교보생명이 골머리를 앓는 곳은 어피니티 컨소시엄이다. 어피니티, IMM 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 등이 컨소시엄에 속해있다. 이들의 지분율은 24.01%에 달한다. 어피니티 측이 지난 2018년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교보생명과 갈등을 빚고 있다. 교보생명 지분을 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한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주당 40만원으로 풋옵션을 행사한 탓이다. 양측은 ICC에 중재를 신청했고, 1차 중재에서는 교보생명이 어피니티 측이 산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고 판정한 바 있다.

어피니티 측 외에도 SC PE(현 어펄마캐피탈)에서도 ICC에 풋옵션 관련 2차 중재를 신청한 상태다. SC PE의 지분율은 5.33% 수준이지만, 신 회장과 갈등을 빚어온 어피니티 측과 합치면 29.34%에 달하게 된다.

교보생명이 계획하는 지주회사 전환 단계는 △인적 분할로 금융지주사 신설 △교보생명을 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 등 두 단계다. 자회사 편입 과정에서 지주사는 유상증자를 결정해 신주를 발행하고, 이 신주에 대한 납입금 대신 교보생명 주식을 현물로 출자 받는 방식이다. 이에 앞서 인적분할 이사회 결의, 주주총회 특별결의, 금융위원회 금융지주사 인가 승인, 지주사 설립등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주총 특별결의 단계가 있는 만큼 주주의 동의가 필수다. 게다가 금융당국의 인가 과정에서도 FI와의 갈등이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FI와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지주사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업계에선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신 회장이나 신 회장의 자녀들이 직접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늘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신 회장의 자녀들은 아직 교보생명이나 계열사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아서다. 장남인 신 상무가 최근 임원으로 선임되면서 승계를 위한 준비가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지분을 조금씩 늘려나갈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신 회장 측의 지분이 늘어나는 셈이어서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FI와의 또 다른 분쟁 불씨가 될 수도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주사 전환 자체를 반대하면서 주총 문턱을 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융지주사 전환은 교보생명에는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다. 자회사 투자 한도 등을 늘리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한상용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주사 전환은 무조건 해야 한다"며 "생명보험 중심의 수익만으로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어서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지주사로 전환해야 하지만 손해보험사 매물 등이 마땅치 않아 시점은 더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보생명 측은 주요 FI 등이 신 회장을 신뢰하고 있는 만큼 경영권 및 지배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중재 결과는 교보생명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으며, 그간 분쟁 과정에서 일어난 주주 및 기업 가치 훼손을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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