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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 사망…향년 8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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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식 기자

승인 : 2024. 09. 12. 14:27

향년 86세로 별세한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향년 86세로 별세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사진은 2007년 12월 페루 리마의 법정에 들어서며 손 흔드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모습. /로이터, 연합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수도 리마 사저에서 사망했다. 향년 86세.

페루 일간 엘코메르시오와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인 케이코 후지모리는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제 아버지가 오랜 암 투병 끝에 소천했다. 아버지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며 부친 사망 소식을 전했다.

1938년 7월 일본계 이민자 출신 가정에서 태어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수학과 교수와 라몰리나 농업대학 총장을 지내는 등 학자의 길을 걷다가 정계에 입문한 후 1990년 유명 작가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2010년 노벨 문학상 수상)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임기 초반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국영 산업 민영화를 통한 경제 안정화 추진과 마오주의(마오쩌둥 사상)를 기치로 내건 반체제 게릴라 '빛나는 길'(Sendero Luminoso) 축출을 위한 일련의 과감한 치안 정책으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후 불과 2년 만인 1992년 4월 군대의 지원을 받아 '셀프 쿠데타'를 일으킨 뒤 계엄령을 선포하고 의회를 해산하는 권위주의적 행보도 보였다. 1993년엔 개헌까지 주도했는데, 의회의 대통령 탄핵 발의를 광범위하게 해석할 여지가 있는 조문을 담은 이 헌법은 현재까지 이어진다.

1995년 대선에서 2위 후보를 40% 넘는 득표율 차로 따돌리며 재선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2000년 3선 연임에도 성공했지만, 이후 재임 중 페루에서 자행된 각종 학살·납치 등 각종 범죄와 국고 횡령 등 비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명예스럽게 권좌에서 물러났다. 이때 그는 일본으로 도피한 상태에서 팩스로 사임서를 제출했다는 논란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2005년 정치적 재기를 위해 칠레로 입국했다가 가택 연금됐고, 2007년 페루로 범죄인 인도된 뒤 2009년 징역 25년 형을 받았다. 이 형량은 이듬해인 2010년 페루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2017년 12월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당시 대통령이 건강 악화를 이유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사면했지만, 이듬해 10월 페루 법원은 이를 취소했고, 이후 헌법재판소가 2022년 3월 다시 사면 결정을 되살리라고 결정하는 등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당시 페루 당국은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인권재판소 판결에 근거해 그에게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으나, 고령에 병까지 얻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비롯한 법정 투쟁 끝에 결국 지난해 12월 출소했다. 이후 그는 2026년 대선 출마 의지를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주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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