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에 국내 증시 위축 영향
내년 초까지 현상 유지… 기업 가치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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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상반기까지 상장 당일 90% 이상 상승률을 보이며, 호기로운 분위기를 잇던 신규 상장 기업들이 하락세로 전환한 건 수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상반기 대비 하반기 신규 상장 종목이 증가한 것과 더불어 해외로 자금이 이탈하면서 수급이 분산되고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악화할 수 있다는 부담이 시장에 반영되면서 새내기주 전반의 하방압력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수요도 커졌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상장일 가격제한폭 확대 제도 도입으로 IPO 시장이 과열된 측면이 있었던 만큼, 현재 상황은 정상화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내년 초까지는 침체 분위기를 반전시킬 주목도 높은 IPO 기업이 없기 때문에 약세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시작부터 이날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했던 기업 65곳(스팩 제외) 중 52곳이 공모가 대비 낮은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의 80% 수준이다.
앞서 IPO 시장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호조세를 지속했다. 이 기간에 신규로 상장했던 기업 28곳 모두 희망 공모가 상단 이상을 결정했다. 큰손이라 불리는 기관 투자자들이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가를 높게 적어낸 영향이다. 나아가 수요예측 흥행 여파는 상장 당일까지 전해져 첫날 평균 수익률은 94.22% 기록했다. 100% 이상 수익률을 선보인 상장사만 10곳이다.
흥행을 이어갔던 IPO 시장이 급격히 약세로 전환한 건 신규 상장사들이 늘면서 수급 효과가 약해진 결과로 해석된다. 하반기 시작부터 이날까지 신규 상장 기업은 37곳으로 지난 상반기 28곳보다 9곳 늘었다. 또 수익률 부문에서 국내 증시보다 미국 증시 매력이 부각되면서 해외로 자금이 빠져나간 영향도 큰 것으로 풀이된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때보다 하반기에 자금이 해외로 이탈되면서 수급적인 부분이 얇아졌다"며 "또한 절대적인 상장사 수 자체도 상반기 대비 하반기 때 더 많아짐으로써 수급이 분산돼 상승폭이 제한적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국내 증시가 위축된 점도 주요 배경 중 하나다. 트럼프가 고수해 온 정책 기조가 기업들의 이익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신규 상장사들을 포함한 기업들의 주가가 억눌려졌다. 실제 지난달 말(24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씨메스부터 시작해 더본코리아를 제외한 신규 상장사 12곳 모두가 상장 첫날 공모가를 하회했다.
IPO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 상황이 공모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최근 IPO 기업들이 상장 당일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배경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슈가 국내 기업들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새내기주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기관들도 엑시트(자금 회수) 수요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상장일 가격제한폭 확대 제도 도입 후 IPO 시장이 과열돼 온 측면이 있었다는 점에서 현재 흐름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내년 초반까지는 이 같은 상황을 뒤집을 만한 IPO 기업이 부재하기 때문에, 상장일 기점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고 밸류에이션이 좋은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공모주들이 연이어 첫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건, 그만큼 공모가가 높게 결정돼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제야 시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을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연구원은 "내년 초까지 분위기를 반전시켜 줄 만한 주목도 높은 기업이 없기 때문에 포스트 IPO를 하기 좋은 환경"이라며 "상장 이후 주가가 크게 빠져있는 종목 중 펀더멘털이 양호한 기업들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