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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공생할 것인가, 공멸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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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승인 : 2024. 11. 29. 06:00

인천공항면세점
인천국제공항 면세 구역
김지혜 명함
"이러다 모두 다 죽는다."

면세업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실적에 시름 중이다. 올 3분기에는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주요 면세업체 4사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진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여전히 희망이 없다는 거다. 근본적인 공항 면세점의 임대료와 수수료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 기간 해외 여행객이 줄어든 상황에서 면세업계에 혜택을 준다는 명목으로 임대료 산정 방식을 고정 수수료에서 공항 이용객수에 응찰단가를 곱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코로나가 바꾼 세상을 미처 예상하지 못해서다. 달러 환율은 계속해서 오르며 이제 1400원을 오르내리고, 고환율은 내국인 소비자가 더 이상 면세점을 찾지 않는 이유가 됐다. 면세점 매출을 대부분 차지했던 중국인 관광객들의 변화도 예측하지 못했다.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씀씀이가 줄었고, 단체관광객인 유커보다는 개별관광객으로 여행 패턴이 바뀌면서 공항면세점의 적자를 시내면세점이 메울 수 없는 구조가 됐다.

면세점 객단가는 줄고 있는데 여행객들만 몰려들다보니 고스란히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만 갖다 바치는 꼴이 됐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면세점 이용객 1인당 객단가는 1년 사이 169만원가량에서 108만원으로 36.1% 급감했다. 반면 여객수는 현재 코로나19 이전(2019년 기준 연간 3500만명)의 90%까지 회복된 상태다.

버는 돈은 주는데 임대료는 계속해서 오르다보니 적자 탈출이 쉽지 않다. 이는 어느 면세점이 나선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내외적으로 변화된 환경의 문제다.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면세점 특허기간인 10년을 버티지 못하고 특허권을 반납할 수 있고, 극단으로 가면 기업이 사업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내수부진에 힘든 상황에서 실업자나 면세사업이 축소되면서 국가 경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는 문제다.

합리적인 방식으로 임대료 산정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는 구매력이 없는 한 살 아기부터 수학여행을 온 초·중·고등학생까지 여객수에 포함해 산정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면세점 매출과 연관되지 않는 이용객들은 여객수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

또 인천공항은 물론 이를 관할하는 국토부, 나라의 살림을 맡고 있는 기재부 등 관계부처가 모여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인천공항 입장에서는 공정한 절차를 통해 입찰된 방식을 기업이 힘들다고 바꾼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수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10년을 버틸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보다 잃기 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함께 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공생으로 가느냐, 공멸로 가느냐. 중요한 기로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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