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학 경우 신규 교사 13명 석박사
장기화되면 더욱 심각한 상황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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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징바오(新京報)를 비롯한 매체들의 최근 보도들을 종합하면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현재의 중국 경제는 상당히 심각하다. 당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 안팎의 성장률을 목표로 내걸면서 경제가 나름 돌아간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장의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특히 청년 구직자들이 느끼는 경제 상황은 거의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16∼24세 청년들의 실업률이 꾸준히 20%대를 위협하는 사실만 봐도 좋다.
이런 현실에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자신이 만족할 평생 직장을 얻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해야 한다. 청년들 사이에서 '비덩톈하이난(比登天還難)',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유행하는 현실은 절대 괜한 것이 아니다. 많은 임금을 보장하는 극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고집스레 주장하는 것보다 하향 취업에 눈을 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
역시 케이스를 살펴봐야 이해가 쉽다. 대륙 동부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의 대표적 명문으로 손꼽히는 쑤저우중학은 작년 말 신규 채용한 교사 13명의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보통의 경우 이 정도의 발표로는 언론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한다. 하지만 작년 말은 달랐다. 현지뿐 아니라 전 중국의 매체들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완전 난리가 났다.
이들의 학력이 어마어마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선 이들 가운데 무려 8명이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었다. 나머지 5명도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었다. 출신 대학들은 더욱 기가 찬다. 각각 6명과 4명이 칭화(淸華)대와 베이징대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머지 3명도 스펙이 대단했다. 2명이 칭화, 베이징대 못지 않은 난징(南京)대, 1명이 중국과학원대를 졸업했다. 게다가 이중 둘은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었다. 교장을 비롯한 쑤저우중학 관계자들이 신규 교사들의 학력에 혀를 몇번이나 내둘렀다는 소문은 이로 보면 과장만은 아닌 듯하다.
사실 중국 구직 시장의 오버스펙 현상은 어느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괴물이 아니다. 경기가 급전직하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 이후부터 줄곧 문제가 돼왔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석사학위를 보유하고도 식당 종업원으로 일한다거나 택배 회사의 라이더 생활에 만족하는 고학력자들의 고단한 삶이 최근 하나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한다.
문제는 당분간 이 상황이 당장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에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앞으로도 많은 고학력자들이 노동 시장에 쏟아져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직 시장의 오버스펙과 학력 인플레 현상은 향후 상당히 심각한 사회 문제로 고착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중국 당국의 고민이 시간이 갈수록 깊어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