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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기자의 문화路]을사년, ‘만사형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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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1. 23. 14:44

국립민속박물관서 뱀 조명 특별전...아프리카 등 세계민속유물로 확대
김옥랑 기증 '꼭두' 250여점 소개 전시도 나란히 열려...3월 3일까지
만사형통 전혜원 기자
을사년을 맞아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2에서 뱀과 관련된 특별전 '만사형통'(萬巳亨通)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한 관람객이 '만사형통'전에서 전시 중인 아프리카 바가족의 뱀 수호신 조각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전혜원 기자
'많은 뱀을 보면 더욱 일이 잘 된다', '뱀 껍질을 가지고 다니면 공부가 잘 된다', '구렁이에 물리는 꿈을 꾸고 잉태하면 큰 인물이 될 아이를 낳는다'…. 국립민속박물관 '만사형통'(萬巳亨通) 특별전에서 전시 중인 뱀과 관련된 속담과 길조어들이다.

을사년 뱀띠 해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2에서 열리고 있는 '만사형통'전은 뱀에 대한 인간의 복합적인 인식이 담긴 전 세계의 민속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다. 박물관은 2002년부터 해마다 띠 전시를 개최해왔는데, 이번에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 민속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그간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아프리카 바가족의 신줏단지, 스리랑카 지역의 뱀이 조각된 가면, 멕시코 아즈텍 문명의 캘린더 스톤 등 세계 각국의 뱀 관련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 안쪽에 커다랗게 자리 잡아 눈길을 끄는 '바가족 세르판'은 아프리카 기니의 바가족이 만든 뱀 수호신 조각이다. 이 조각상은 집안에서 모시는 신줏단지의 의미로 사용됐다. 뱀 꼬리 부분은 동물을 감고 있는데, 이는 뱀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조각상 옆에 걸려 있는 '마하 코라 가면'은 18가지 병의 악마들 중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가면으로, 스리랑카에서 치료 의식에 사용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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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만사형통'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십이지신(十二支神) 가운데 하나인 뱀을 소개하며 시작되는 전시는 뱀과 관련한 생활용품, 의례 용품, 그림 등 60여 점을 소개한다. 빨간색 관복에 긴 바지를 입은 뱀 신을 표현한 십이지신도, 뱀의 모습을 담은 시계·나침반, 독사들로 가득한 '독사 지옥'을 그린 불화, 향으로 뱀을 쫓았던 향갑 노리개, 불을 붙여 뱀을 쫓은 미심 등을 볼 수 있다.

전시 말미에는 뱀띠 해의 운세를 점쳐주는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도 체험할 수 있다. 체험 후 관람객들은 운세 결과가 담긴 뱀띠 해 부적을 받는다. 부적에는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뱀 관련 유물을 활용한 일러스트와 만사형통을 기원하는 문구가 담겨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무섭고 징그러운 존재이면서도 신성한 존재인 뱀을 바라본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전시"라며 "세계 각국의 뱀 관련 민속 유물을 통해 문화적 상징성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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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만사형통'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만사형통'전을 보고 나와 박물관 기획전시실1로 발걸음을 돌리면 각양각색의 '꼭두'들도 만나볼 수 있다. '꼭두 엄마'로 유명한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이 기증한 250여점을 선보이는 특별전이다.

꼭두는 망자의 저승 가는 길을 함께 하는 길동무로, 성경에 나오는 천사와 같은 존재다. 망자의 시신을 운구하는 가마인 상여 장식의 하나를 뜻하는 꼭두는 망자를 안내하고 호위하며 시중들고 위로하는 역할을 한다고 여겨졌다.

꼭두 전시 전경1 전혜원 기자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1에서 열리고 있는 '꼭두' 특별전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김옥랑 관장은 20대 초반 서울 청계천 골동품 가게를 드나들다 우연히 상여 장식에 쓰이는 목각 인형을 알게 된 뒤 반세기 가까이 '꼭두 엄마'로 살았다. 그는 가게 한 귀퉁이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목각 인형이 당시 자신의 힘들었던 모습과 비슷하다고 여겼다. '나의 삶에 그리고 목각 인형에게 새로운 생명을 찾아주자'고 생각한 그는 전국 곳곳을 오가며 인형을 모았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꼭두 1100여 점을 2023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전시에서는 김옥랑 관장이 청계천 골동품 가게에서 처음 만난 꼭두부터 죽은 이가 저승으로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 시종 역할의 꼭두, 여러 가지 재주를 부리는 광대 꼭두, 망자를 지키는 호위 꼭두 등이 다채롭게 소개된다.

꼭두2 전혜원 기자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이 청계천 골동품 가게에서 처음 만난 꼭두. /사진=전혜원 기자
죽음이란 미지의 곳으로 떠나는 여행의 길동무인 '꼭두'를 선보이는 전시는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개인 소장자가 모았다기엔 방대한 전시작들은 우리 전통 예술품에 관한 김옥랑 관장의 남다른 열정을 보여준다. 전시를 보고 나면 "조용히 제 역할을 다하고 한동안 잊혀지는 꼭두는 눈을 파고드는 화려함보다 조용히 스며드는 잔잔함이 있는 풀꽃과 같다"는 문구가 와 닿는다.

'만사형통'과 '꼭두' 전시는 3월 3일까지 열린다.

꼭두3 전혜원 기자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1에서 열리고 있는 '꼭두' 특별전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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