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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선교 140주년, 한국교회의 길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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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01. 23. 10:25

한국교회, 구한말 계몽주의로 성장과 번영 누려
새 시대 맞아 어떤 가치 제시하고 역할 할지 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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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서울 압구정 광림교회에서 진행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 정기총회 성찬 분급 의식. 한국교회는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와 장로교 선교사 언더우드의 입국을 선교 원년으로 삼는다./사진=황의중 기자
황의중 기자의눈
2025년은 한국교회에는 뜻깊은 해다. 1885년 부활절 인천 제물포항에 두 명의 선교사가 발을 디뎠다. 감리교 선교사 헨리 G 아펜젤러(1858~1902)와 장로교회 호러스 G 언더우드(1859~1916) 선교사였다. 한국교회는 이를 개신교 역사의 출발로 보고 올해를 선교 140주년으로 삼는다.

한국교회는 올해 선교 1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 중이다. 우선 아펜젤러·언더우드 선교사를 기려 감리교회 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와 장로교회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통합은 오는 4월 3일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 기념예배'를 함께 드린다. 4월 20일 부활절 당일에는 72개 교단이 참여하는 연합예배가 선교 140주년을 맞아 진행된다. 연합과 하나 됨에 방점을 찍은 행사답게 사실상 한국교회의 98%가 참여하는 큰 행사가 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개신교 연합기관 또는 교단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복음이 이 땅에 전파된 것을 기념할 것으로 보인다.

140년이란 짧은 시간 한국 개신교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한 종교는 한반도 역사에서 거의 없을 것이다. 구한말부터 빠르게 성장했던 동학·천도교나 원불교 같은 민족종교도 개신교만큼 성공하진 못했다. 이는 한국교회가 구한말 어둡던 한반도에 등장한 빛나는 계몽주의와 근대화의 상징이어서가 아니었을까.

아펜젤러 선교사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스승이면서 그가 세운 배재학당과 정동제일교회는 독립운동가의 산실이었다. 언더우드 선교사는 오늘날 연세대 등을 세웠고 그 가문 사람들도 한국전에 참전하거나 기부를 통해서 대대로 한국에 이바지했다. 초기 선교사들과 목회자들은 낮은 곳에서 민중을 위로하고 교육으로 다음 세대에 희망을 심었다. 지난 140년은 한국교회에게는 축복의 시간이었고 번영의 시간이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140년 전과 다른 어려움에 직면했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에서 20% 넘게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사회는 활력을 잃다. 또한 물신주의가 강해지면서 무종교 인구도 늘고 있다.

누군가는 건강한 가정과 복음주의·자유민주주의 수호가 한국교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말한다. 어떤 이는 더 낮은 곳, 고난의 현장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또 다양성과 환경, 소수자를 위해 교회가 일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다양한 목소리가 있고 이 가운데 당장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다.

다만 한국 사회는 지금 교회에 질문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무슨 가치를 주는가. 한국교회가 답할 차례다. 과거 140년 전 훌륭한 답이 오늘날 한국교회를 만들었다면, 지금 제시할 답에 140년의 미래가 달릴 것이다.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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