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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아사히신문 등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일본의 정기 확정신고 접수 현장에서 납세자들이 정치인들의 탈세에 항의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아사히는 일부 자영업자들이 납세 절차를 보이콧하며 집단행동에 나서 세무청(한국의 국세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세무청은 소득세와 소비세 납세기간 동안 불거진 자민당의 불법 정치자금 모집, 일부 정치인들의 탈세 문제로 인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잇따라 터진 정치권발 악재로 격앙된 국민들의 눈치를 살피며 납세자의 의무에 소홀히 하지 말 것을 간곡히 당부할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세무청 측은 이날도 "각 지역구 관할 세무서에서 항의하는 일부 납세자들로 인해 창구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납세 의무는 국민이라면 응당 져야하는 것이니 차분한 대응을 부탁드린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세무청 내부에서조차 연이은 정치권발 악재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터라 납세자들의 집단행동이 쉽사리 진화되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 분위기가 팽배한 상태다.
한 일선 세무서 소속 직원은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납세자들이 오셔서 항의를 한다"며 "관련 서류까지 구비해 납세 절차를 밟다가도 국회의원들도 세금 안내는데 내가 왜 이 큰 금액을 내야 하냐며 도중에 뛰쳐나가는 분들도 많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직원은 "우리도 솔직히 정치인들의 잘못된 행동을 좋게 보지 않고 납세자들의 분노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어떤 대응을 해야 좋을지 곤혹스럽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납세자들의 보이콧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확대되자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정치권의 잘못에 대해 양해를 구하기보다는 "법에 준거해 적절한 납세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납세 의무 이행만을 강조한 기시다 총리의 발언이 오히려 불난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정부가 이날 외국인 영주권자들에 대한 세금징수 강화 정책을 발표하며 "납세와 사회보험료를 제대로 내지 않는 영주권자들에 대해 징수를 강화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재류자격 박탈을 시킬 예정이다"라고 선언해 국민적 분노를 더욱 돋우었다.
시라지마 히로시 호세대학 정치분석과 교수는 "(불법)정치자금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인들의 면세·탈세 소식까지 연일 전해지며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는 납세의무 이행 당부보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국민적 감정을 어루만지고 진정시킬 만한 발언을 해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