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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역사 속으로 사라진 ‘훈훈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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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니 기자

승인 : 2024. 05. 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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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4·10 총선에서 수도권·충청·호남 지역에서 참패한 요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철저히 반성하자는 취지로 총선백서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하지만, 국민 선택을 받지 못한 근본적 이유를 짚어보고 체질 개선을 위한 로드맵을 그려야 하는 섬세한 작업인만큼 TF 위원장인 조정훈 의원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보수의 정체성' 회복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조 의원은 정치적 경험이나 보수 정체성에 있어서 이와는 거리가 먼 인사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후 시대전환을 창당했다가,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에 1호 영입 인재로 들어온 이력 때문에 '철새'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럼에도 조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노웅래 일가가 일군 민주당 40년 텃밭, 서울 마포갑에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조 의원을 지원사격하며 지원 유세에 적극 나선 것이 영향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을 포함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훈훈한 케미를 보여주며 '훈훈 브라더스'라는 이름을 얻는 등 정치적 시너지를 기대케 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친한계'(친한동훈계)로 분류되던 조 의원이 돌연 한 전 위원장을 저격하는 행보를 보이자 한 전 위원장 지지자들이 '태세전환'이라며 날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급기야 조 의원은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한 전 비대위원장 책임론을 꺼내 들었으며 SNS에서 한 전 위원장을 연일 비판하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주말 중 예방하기도 했다.
이 모습을 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배신자', '기회주의자', '간신배' 등의 질타가 쏟아졌다. 조 의원이 당권도전 가능성을 시사하자 한 전 위원장을 전면에서 견제하려는 술수가 아니냐는 풍문도 돌고 있다. 당의 역사를 충분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권을 바라보는 것은 무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의원의 교토삼굴(狡免三窟) 행보에 4·10 총선의 성찰백서가 '맹탕백서'가 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유제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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