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저탄소 의지 피력
정유 4사, SAF 개발·수출·상용화 성과
화학업계, 친환경 소재 개발 등 사업 확대
현대차, 수소 밸류체인 사업 HTWO 주력
"1년에 에너지 수입을 위해 약 300조원을 쓰고 있는데, 300조원을 기술로 대체할 수 있고, 수출할 수 있는 기회로 보면 '해봐야겠는데'라고 인식이 바뀔 것입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대한상의 주최 '2024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한 이유는 기후위기를 바탕에 둔 저탄소 패러다임이 경제와 산업 판도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 중립이 쉬운 길은 아니다. 이에 업의 종말을 가져오지는 않을까 염려되는 기업들은 있다. 전통적인 에너지를 사업으로 삼는 곳들이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는 저탄소를 새 기회로 삼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곳들도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8%를 담당하고 있는 정유업계는 지속가능항공유(SAF)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화학사들은 플라스틱 제조사를 넘어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소재를 개발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수소차 등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집중하는 사업 중 하나는 단연 SAF다. 항공유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 수출 1위 국가다. SAF가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는 만큼 주도권 경쟁도 치열하다.
SK에너지는 국내 최초로 SAF 전용 생산라인을 갖추고 10월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사업 확대를 위해 원료 수급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GS칼텍스는 국내 최초로 SAF 시범 운항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6회 급유했다. 올해 9월에는 세계 최대 바이오 연료 생산 기업 핀란드 네스테의 SAF를 공급받아 일반 항공유와 혼합하는 방식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 인증 탄소 상쇄-감축제도(CORSIA) SAF를 제조해 상업적 규모로 국내 정유사 중 첫 수출에 성공했다.
에쓰오일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놨다. 인천~도쿄를 정기 운항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 SAF를 주 1회 공급하기 시작했다.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정기노선 여객기에 국내 생산 SAF를 공급하는 것은 에쓰오일이 처음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EU 인증 SAF를 수출했다. HD현대오일뱅크가 생산한 SAF는 일본 트레이딩 회사 마루베니에를 통해 일본에 수출한다. ANA항공이 사용하게 됨으로써, 일본의 한국 SAF 수입 첫 사례로 남았다.
지구의 기후위기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플라스틱'이다. 인류를 더 풍요롭게 해주고 대규모 인구 밀집이 가능케 해 준 마법 같은 소재이지만 환경파괴의 주범으로도 꼽히고 있어서다. 화학사들의 과제가 여기에 있다. 이제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소재를 개발하고 공정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LG화학은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 함량이 60%인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해 글로벌 IT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올해는 불에 잘 타지 않는 친환경 난연 소재를 개발해 미국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난연 성능 등급 인증을 받았다. 해당 소재는 전자기기, 충전기, 인테리어, 건축자재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돼 회사의 신시장 진출이 기대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9월 물리적, 화학적으로 재활용한 리사이클 소재와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를 통합해 친환경 소재 브랜드 '에코시드'를 선보여, 여수·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폴리에틸렌(PE) 포장백에 해당 소재를 활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금호석유화학은 2022년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사업에 처음으로 진출한 뒤, 지난해 12월 여수에 CCUS 사업의 핵심 설비인 이산화탄소 포집 및 액화 플랜트를 착공하면서 사업을 본격 확대하고 있다.
저탄소 시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인 모빌리티의 변화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끌어간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200만대 판매를 목표로 전기차 모델을 21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는 현대차의 대표적인 초격차 전략 중 하나다.
현대차는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 'HTWO'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전환에 앞장서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45년까지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지난달 31일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넥쏘를 출시한 지 7년 만에 후속 모델의 콘셉트카인 '이니시움'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러한 중장기 전략 실행을 위해 향후 10년간 120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완성차 제조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확장을 추진해 게임 체인저로서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