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배려 받지 못한 임산부?…“오면 양보”vs“무조건 비워둬야” 갑론을박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global.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230010015578

글자크기

닫기

김소영 기자

승인 : 2024. 12. 30. 14:45

혼잡하지 않은 낮시간대는 자리 비어져
출·퇴근 등 혼잡 시간대 비임산부석 다수 착석
임산부 일부 "배려 강요하는 느낌…비어져 있었으면"
시민 일부 "착석 후 임산부가 오면 비켜줘도 된다" 주장
임산부석
30일 오후 서울지하철 1호선 열차 내에서 어르신들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있다. /김소영 기자
#서울지하철 5호선 길동역에서 2호선 시청역까지 출퇴근 중인 임신 5개월차 A씨는 지하철로 이동 시간 내내 주로 서서 이동한다고 한다. 임산부석이 있는 칸에 탑승 후 자리가 없으면 다른 임산부석이 있는 칸으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아 자리가 생길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A씨와 비슷한 사례의 출퇴근 임산부의 고충을 담아낸 글이 매번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2013년 서울 시내버스와 전동차 좌석의 일부를 임산부 배려석으로 처음 지정한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배려석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다. 임산부를 위해 항상 비워두는 것이 맞다는 주장과 임산부가 탑승 시 비켜주면 충분하다는 입장이 팽팽히 대립하면서 의견 충돌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임산부라고 해서 누가 앉아있으면 무조건 자리좀 양보해달라고 말을 걸기가 애매하다"며 "무조건적인 배려와 양보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노약자석처럼 사회적 인식이 임산부를 위한 자리로 남겨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3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임산부 배려석 민원은 지난달 30일 기준 5781건이 접수됐다. 일평균 민원건수는 17.3건이다. 2022년 7334건, 지난해 7086건으로 민원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지만, 민원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지하철을 탑승해 이동해본 결과 주로 중·장년층, 노년층 남·여성이 자리했다. 이들은 대다수 휴대폰을 하거나, 눈을 감고 있어 임산부가 탑승해도 먼저 나서 다른 자리로 이동할 것 같은 능동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 한 조사 결과에서도 임산부 10명 중 7명이 '임산부 배려석' 앞에 자리해도 선뜻 양보받지 못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일각에서는 '혼잡시간대 임산부석에 누구라도 앉아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했으면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항상 비워둬야 하는 게 의무는 아니지 않냐"며 "임산부 배려석은 말 그대로 배려석이지 의무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산부나 임신 경험이 있는 유경험자 일부는 "주로 앉아 계시는 분들이 50대~70대 아주머니 분들이나 혹은 아저씨인데 말을 건네기가 부담된다"며 "비워두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최근 부산 지하철에서는 임산부 배려석 앞에서 임산부가 휴대전화 앱을 작동하면 "자리를 양보해달라"는 음성안내와 함께 좌석에 설치된 조명이 깜빡이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배려석에 앉은 일반 시민이 임산부임을 알아차리고 자리를 비켜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시스템 조차 사용하기 어렵다는 게 임산부의 의견이다. 배려를 강요하는 느낌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명칭을 '임산부석'이라고 지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지난해에 명칭은 변경하는 것도 검토한적이 있다"며 "그러나 명칭 자체가 보건복지부, 인구보건복지협회, 전국 지하철·버스 유관기관 등이 사용하는 공동 명칭이다보니 명칭 변경이 쉽지 않아 변경하는 데까지는 어려움이 있다. 현재로서는 변동없이 임산부석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성정현 협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임산부는 장애를 가진 거라고 볼 수 없기에 '배려'라고 보는 게 맞다"면서도 "배려는 선택적인 부분이 있기에 관련한 정확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산부석은 임산부의 권리다. 이 권리라고 하는 부분이 아무도 없을 때도 지켜져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이어져야 한다"며 "대중매체를 통한 인식개선 홍보, 캠페인 활동이 이뤄지는 것처럼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산부 배려석
서울지하철 1호선 내 임산부 배려석 /김소영 기자
김소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