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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치료받지 못해 죽을까 불안해”…의대교수, 사직·휴진에 속타는 환자들

[의료대란] “치료받지 못해 죽을까 불안해”…의대교수, 사직·휴진에 속타는 환자들

기사승인 2024. 04. 2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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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서울대병원 가 보니…한산한 분위기
환자들 "죽을까 걱정, 의사들 돌아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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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장기화 되고 있는 2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장기화 되고 있는 2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이병화 기자
"의사들이 또 진료를 줄인다는 데 겁이나 죽겠습니다. 진료도 계속 미뤄지고, 치료받지 못해 죽을까 자꾸만 불안해집니다."

24일 오후 1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 암병원에서 만난 심홍식씨(69)는 전공의 집단 이탈에 이어 현장을 지켜왔던 교수들마저 주 1회 휴진하겠다는 소식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심씨는 "치료를 자주 받고 싶어도 의사 수가 부족해서 마음처럼 자주 못 받고 있는데, 휴진까지 하면 난 죽으라는 얘기냐"며 "손자 손녀 생각하면 오래 살고 싶은데, 폐에 물이 차서 숨 쉬는 것도 힘들고 통증은 점점 악화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날부터 이어지는 의대 교수들이 진료 중단 선언에 환자들의 불안감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이 제대로 된 진료를 하지 못한 지 한 달을 넘긴 상황에 남아있던 교수들까지 번아웃을 호소하며 개별적 진료 중단에 나서, 애꿎은 환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날 서울대 암병원에는 외래 진료가 크게 줄어든 탓에 진료과목 앞 대기석에서 기다리는 환자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대기 시간은 최대 30분 수준이었지만 일부 환자들은 진료 지연에 걱정하기도 했다. 지나가는 한 부부는 "의사들이 매일 쉰다는 건 아닌데, 내 수술이 미뤄져 장인어른 수술하고 날짜가 겹칠까 걱정이네"라고 말하며 지나가기도 했다. 진료 예약을 잡던 한 환자도 "날짜 잡아서 치료 받으러 와야 하는데 의사들 쉰다고 해서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내와 함께 암병원을 찾은 박모씨(72)는 "5년 전 대구에서 폐암이라고 오진을 받고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해서 서울까지 올라와 치료 받기 시작했는데 의료대란 때문에 요즘 스트레스 받아 죽겠다"며 "우리 선생님도 그만두거나 쉰다고 할까 봐 걱정되고, 치료 공백이 길어지는 것도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아내 김모씨(70)는 "남편 건강 때문에 속상하기도 하지만, 주위에서도 의사들 진료 축소 때문에 불안하다고 난리"라며 "의사가 부족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의사 수를 늘려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데 의사들 고집이 너무 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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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오는 30일 응급·중증·입원 환자를 제외한 분야의 진료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힌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입장이 담긴 글이 붙어 있다. /이병화 기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0일 하루 응급·중증 환자를 제외한 일반환자 진료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두 달 넘게 병원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 업무를 떠맡아 온 교수들은 체력적 한계를 호소하며 휴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전날엔 전국 곳곳의 주요 대학 병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 외래진료와 수술을 중단하는 '주 1회 셧다운(휴진)'에 돌입하는데 뜻을 모았다.

대다수 환자들은 의대 교수들과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를 거듭 호소했다.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한모씨(76)는 "환자들의 애타는 마음을 의사 선생님들이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며 "교수 휴진으로 한 달에 한 번 오는 진료, 항암치료가 뒤로 밀리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한탄했다.

김모씨(55)도 "너무 살고 싶다"며 "제때 치료 받아 건강 회복해 마누라랑 오래 함께 할 수 있도록 의사 선생님들 제발 병원으로 돌아와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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