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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날 ‘카네이션’ 인기 시들…꽃 대신 ‘용돈’

어버이 날 ‘카네이션’ 인기 시들…꽃 대신 ‘용돈’

기사승인 2024. 05. 0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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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 거래량 지난해 대비 줄어
중도매인·상인들 "경기 침체 등 이유로 수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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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 생화꽃도매시장에서 한 중도매인이 카네이션을 팔고 있다. 소비 위축에 5월 카네이션 판매량이 해마다 감소하면서 '카네이션 특수'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박주연 기자
"화훼 경기가 너무 안좋아 카네이션 물량을 지난해 보다 절반가량 줄였는데, 이마저 다 팔지 못하고 시든 꽃을 버려야 할까 봐 걱정입니다."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 생화꽃도매시장에서 30년 가까이 꽃을 팔고 있다는 중도매인 전모씨(62)는 팔리지 않는 카네이션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전씨는 "이렇게까지 안 팔린 적은 처음"이라며 "어버이날 지나면 카네이션은 더 이상 팔리지 않을텐데, 5년전엔 1만단씩 사왔던 카네이션 물량을 올해 500단으로 대폭 줄였는데도, 마음처럼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년 5월 8일 어버이날이면 부모님 가슴에 달아드렸던 카네이션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금방 시드는 '꽃'보다는 실용적인 선물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데다, 콜롬비아·중국에서 카네이션이 수입되면서 국산 카네이션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사업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5일까지 거래된 카네이션 수량은 4만6027건으로, 2021년, 2022년 동기에 비해 각각 58.57%(11만1109건), 55.51%(10만3449건) 줄었다. 10년 전인 2014년(22만645단)과 비교하면 카네이션 거래량은 79.14% 감소했다.

중도매인과 상인들은 "소비자들이 가정의 달이라고 해서 카네이션만 고집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청탁금지법이 생긴 이후 스승의 날 카네이션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데다, 경기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올해 꽃 시장에 찬바람이 불었다는 게 화훼업계의 설명이다.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선물의 대명사로 꼽혔던 카네이션 대신 다른 선물을 하는 '트렌드의 변화'도 카네이션 판매량 급감에 한 몫 했다. KB국민카드가 고객패널 '이지토커' 4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5월 어버이날 등 기념 선물 1위는 '용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꽃을 사러온 손님 박형근씨(35)는 "어버이날 전통 분위기를 내야 할 것 같아서 2만~3만원대 저렴한 꽃을 둘러보고 있다"며 "예전에는 10만원대 카네이션 다발을 샀었는데, 어머니가 꽃은 시들기 때문에 더이상 꽃을 사지 말고 현금으로 달라 하신다"고 말했다.

화훼업계 관계자는 카네이션 판매량 급감에 대해 "스승의 날에 꽃을 주고받던 문화도 사라져 판매량은 거의 없고, 선물의 트렌드가 바뀐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콜롬비아와 중국산 카네이션 수입이 늘어나면서 우리 농가들의 카네이션 재배 자체가 줄었다. 이날 양재 생화꽃도매시장에는 손님들의 발길은 분주했지만, 카네이션보다 장미와 수국 등이 판매량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aT 화훼사업센터의 품목별 거래현황을 보면 가장 적게 거래된 품목은 카네이션(10.5%)이었다. 가장 많이 판매된 품목은 장미(33.3%)였고, 국화(17.9%), 거베라(14.4%), 작약(12.4%), 유스가스(11.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판매하지 못한 카네이션은 시들어 버려지기도 일쑤다. 중도매인 김모씨(72)는 "애초에 꽃 상태가 좋지 않기도 하고, 팔리지도 않아 시들어진 카네이션을 전체 물량의 30%까지 버린 적이 있다"며 "꽃은 생물이기 때문에 빨리 팔지 못하면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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