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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외국인 관광명소 광장시장 “카드 안돼, 현금만”

[르포]외국인 관광명소 광장시장 “카드 안돼, 현금만”

기사승인 2024. 07. 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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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광장시장 외국인관광객에 카드결제 거부
현금·계좌이체 요구로 불편 야기
8일 광장시장
8일 오전 11시께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손님들이 인파를 이루며 시장을 구경하고 있다. /반영윤 기자
"노 카드, 온리 캐시(No Card, Only Cash!)."

8일 오전 11시께 장맛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성인 남성 3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길 양쪽에 늘어선 23곳의 노점엔 손님들이 가방 하나 놓을 자리 없이 빽빽이 앉았다. 특이한 점은 외국인 손님들이 음식값으로 지갑 속 지폐를 꺼내 노점상에게 건네는 모습이었다.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 숀(34)과 켈리 브라운(32·여) 부부는 노점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노점상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 부부는 "5000원어치 떡볶이와 7000원어치 순대를 먹었다"며 "카드가 안돼 아쉬웠다. 온라인 뱅킹(계좌이체)으로 겨우 지불했다"고 말했다. 이날 광장시장 내 23개 노점 중 3곳만 카드 결제가 가능했다.

외국인 관광 명소로 입소문을 탄 광장시장 노점에서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현금과 계좌이체만을 요구해 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노점이 카드 가맹점에 가입해 카드단말기를 설치하려면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지만 노점상들이 절차가 까다롭다며 사업자등록을 꺼리고 있다.

광장시장 카드 안 됩니다
광장시장 노점 4곳에서 카드 결제 대신 현금·계좌이체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확인한 23곳 광장시장 노점에서 3곳만 카드 결제가 가능했다. /반영윤 기자
호주에서 온 제이 리씨(36)는 광장시장에서 빈대떡을 사려는데 노점상이 현금을 요구해 당황했다. 그는 "당연히 카드가 되는 줄 알았지만, 노점에서 현금을 요구해 급하게 일행에게 만원을 빌렸다"며 "장사도 잘되는 것 같은데 현금을 요구해 보기 좋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불편하지만 앞으로 이런 곳(대형 재래시장)에 올 때는 현금을 가져와야 하나"라고 푸념했다.

노점상들은 사업장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광장시장 노점에서 떡볶이를 파는 50대 여성 A씨는 "노점은 (사업장이 없어서) 사업자등록을 하려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노점상은 부가가치세법에 규정된 '고정된 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자등록을 할 수 없어 카드단말기도 쓸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고정사업장이 없는 노점상도 사업자등록을 할 수는 있다. 부가가치세법 제6조는 고정사업장이 없어도 주소·거주지를 사업장으로 등록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사업자등록에 문제가 없다는 게 종로구측 입장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상인회와 함께 광장시장 내 카드 가맹점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사업자등록을 강제할 근거가 없다"며 "카드 결제 서비스 확산을 위해 상인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은 광장시장 등 대형 재래시장이 조속히 카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SNS의 발달로 관광객은 평가·후기에 민감해 관광 서비스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상인 인식 전환, 상인회·종로구청의 지원에 더불어 국가 차원의 관광 지불 시스템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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